•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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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시인
 
 
제 상처의 아픔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하루를 먹고 산새소리를 먹고 사는
봉곡사 입구의 소나무들
처음 수계 때부터 감당하지 못한 통증은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더져
해마다 더 벌어지는 신음으로
억겁을 지나 왔을 것이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와도
벌린 입은 옹이처럼 단단히 굳어
만공선사의 불사로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즈믄 해의 고행 위에, 즈믄 해의 업보가 스며들어
저마다 눈뜬 목어로 장좌불와하는 소나무
발우가 갈라지고 가사 또한 헤지도록
천 년을 제자리에 서서 합장하는 큰스님
저녁연기에 얼굴을 내민 독경소리가
바람을 타고 솔밭길로 내려오신다.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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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봉곡사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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