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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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시인
 
 
잊고 지낸 애인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간지럼 태우 듯 속산인다
그녀가 언제 내 곁을 떠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틈으로
아메리카노의 검은 바다로 사라진 것일까
우아한 침실에서 와인 한 잔 마시는 사이
지독한 매독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처음부터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한 건 잘 길들여진
푸들이나 러시안 블루 같은
애완의 울음과 웃음 뿐이었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도,
비가 왔다고
바람이 불었다고
낯간지럽게 오지랖 넓게
애완용이 되어 애교를 떨 줄 아는데,
또 그녀의 푸들과 러시안 블루처럼
살이 더럽게 찔지도 모르는데,
설은 시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오도독오도독 잘근잘근 씹기만 한다
비가 오고 바람은 부는데.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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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원고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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