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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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중편소설> 천국의 별(9)
 
풍후와 역목이라…….”
헌원은 그들로부터 복희씨의 8괘 이치로 된 진지법(陣地法)을 익혀 천왕폐하에게 취약한 부분들을 보충했사옵니다. 그리고 풍후와 역목을 군대의 총원수, 부원수로 삼고 군사의 명령권을 주었습지요. 헌원은 차출된 장수들에게 우선 군사 훈련부터 최선을 다하도록 하였사옵니다. 임무를 게을리 하는 자는, 경중에 따라 유배를 떠나거나 처형당해야 했지요.”
치우천왕의 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요……?”
소호는 눈을 내리 깔며 말했다.
유옹국은 지금 살벌한 시국이옵니다.”
헌원은 유망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그 이하는 아니겠군.”
헌원은 확보된 막강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광석을 제련하여, 유망이 배달국을 모방하여 만들었던 것보다, 더욱 세련되고 다양한 병기로 개조토록 했사옵니다. 헌원은 호씨족의 수장들도 많은 재물을 들여 사왔습지요. 천왕폐하께옵서도 아시다시피 그들은 누대로 배달국에 원한이 많은 부족이 아니옵니까. 그들 수장은 많은 부하들을 이끌고 헌원의 휘하에 들었사옵니다.”
소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천왕폐하, 장차 서토의 앞날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치우천왕의 눈길은 온화한 그것으로 바뀌었다.
그만 일어나오. 그대는 헌원과 그가 차지한 유웅국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므로, 짐이 장차 헌원군을 토벌하는데, 중히 등용해 쓸 것이오. 때가 되면 그대를 부를 것이니, 배달국과 짐을 위해 힘써 주오.”
소호는 이마를 땅에 대었다.
천왕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이제 그만 일어나오.”
황공하여이다.”
소호는 몸을 더욱 낮추며 흐느꼈다.
 
치우천왕은 우가에게 명했다.
우가는 소호가 임시로 거처할 곳을 마련토록 하오.”
우가는 허리를 굽혔다.
천왕폐하, 분부 받들어 거행하겠나이다.”
치우천왕은 뭔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치우천왕은 시선을 마가에게로 돌렸다.
마가는 공상성과 탁록성의 화백회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마가 아뢰옵니다. 작년에 공상과 탁록에 가 점검해 보니, 그곳의 백성들은 아직도, 유망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사옵니다.”
한마디로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말이군…….”
유망으로부터 해방된 그들은, 천왕폐하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을 모르옵니다. 화백의 대표자들은 대권을 놓고 연일 암투가 가시지 않고 있사옵니다. 모함과 암살의 연속이옵니다.”
치우천왕은 허공을 보았다.
신하들은 어디에 가서 줄을 서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이겠지…….”
마가는 민망해져 용안에서 시선을 떼며, 말을 받았다.
그들은 연일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기분일 터이옵니다. 백성들도 갈피를 못 잡아 우왕좌왕이옵지요.”
치우천왕은 마가를 정시했다.
그들 제후국의 국론과 국력은 당연히 분산되어 가고 있겠군…… 그러다 필시 헌원의 밥이 되고 말텐데…….”
마가는 치우천왕을 다시 보았다.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공상성과 탁록성에도, 유옹성의 헌원 같은 인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때문이옵니다. 동이족이 서토에 흩어져, 많은 가지를 쳐 나가다 보니, 발생되는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옵지요. 먼 후대에 가서, 그들 동이족의 끝은 어디일까,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인류의 수계제불이니, 수증복본이니 하는 말들은, 한낱 전설 속에 묻혀 버리고 말 터이옵니다. 어쩌면 얼마 후에, 서토에서 그런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을지도 모르옵지요.”
마가는 입안이 타 드는지, 잠시 말을 쉬었다 이었다.
서토는 날이 갈수록 세상만사의 근본 이치도 모르고 날뛰는 자가 늘어가고 있사옵니다. 따라서 서토는 지금 각박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사옵니다. 이것은 마치 미친 말을 거꾸로 타고 누군가의 채찍질에 쫓겨 마구 달리는 형상과도 같사옵니다. 천왕폐하, 급하옵니다. 중원 각지로 흩어진 우리 동이족을 위해, 한시 바삐 헌원과 같은 무리들을, 평정해야 되옵니다.”
…….”
치우천왕은 입을 굳게 다물고 천장을 봤다. 뭔가 쓸쓸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치우천왕은 가급적 제후국의 정치에는 직접 간섭을 하지 않으려 했다. 바꿔 말해, 동족을 믿고 기다려 온 거였다. 그것이 실책이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치우천왕은 혼자 있고 싶었다.
 
배달국의 서토 중원에는 탁록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후 셋이 대치하고 있었다. 북쪽은 대효(大撓)가 머물렀다. 동쪽에는 새 발자국을 보고 종주국의 녹도문을 새로운 문자로 발전시켜, 후대에 소위 중화 문자의 시조라고 일컬어지게 되는 창힐이 버텼다. 서쪽 유웅 땅에는 바로 문제의 헌원이 있었다. 그들은 물론 근원을 따지면 모두가 동이족이었다.
헌원은 서토에서 점차 막강한 군사력을 겸비한 절대 군주로 부상하여 가고 있었다. 헌원은 대효·창힐과 전쟁의 승리를 통해 서토의 패권부터 차지하고 싶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차후에 배달국을 치면, 천하는 갈 데 없이 자신의 손안에 들 터였다. 헌원은 대효와 창힐의 변경을 몇 번 침공해 보았다. 그들은 조금 치의 굽힘도 없었다. 대효와 창힐은 헌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치우천왕의 제후국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 때문이다. 제후국의 제후로 있는 그들은, 유사시 언제든, 배달국에 원병을 요청할 권리도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헌원과는 달리 자부선인으로부터 정식으로 도를 깨우친 사람이었다. 대효와 창힐은 한밝산 천지에서 배달국 치수관(治水官) 공공(共工)과 함께, 천부경·삼일신고·삼황내문경·윷판으로 만든 환역(桓易) 등을 정식으로 전수 받았다. 또한 천간(天干)과 지간(地干)60갑자의 기술을 습득했으며, 배달국의 녹서를 익혔다. 그들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신망을 한 몸에 받는 제후였다.
헌원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대효와 창힐의 땅은 때를 보아 정복하기로 했다. 헌원은 우선 유망이 잃었던 공상성과 탁록성부터 되찾기로 하였다. 우선 그들 성부터 유웅국에 포함시켜야 대효와 창힐을 쉽게 무너뜨리고 중원을 호령할 발판이 만들어질 거였다. 그를 바탕으로 치우천왕을 쓰러뜨리고,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천자가 되어, 탐욕의 대미를 장식하는 거였다.
 
헌원은 군대를 이끌고 공상성에 이어 탁록성에 쳐들어갔다. 그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두 성을 쉽게 접수할 수 있었다. 헌원은 탁록성을 자신의 수도로 정했다. 탁록성을 꼭지점으로 유웅성과 공상성은 삼각형의 구도였는데, 중원 지방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터 잡아 살고 있는 곡창 지대이며, 서쪽으로 갈리어 나간 동이족의 주 생활 무대이기도 하였다.
헌원은 이제 그 근방에서 막강한 실력자로 부상한 거였다. 그는 스스로 황제라 칭하며 치우천왕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배달국의 치우천왕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것을 기왕에 인지하고 있는 헌원은, 대효와 창힐에 손을 뻗쳤다. 헌원은 먼저 대효에 사신들을 보내 설득하기로 했다. 사신들은 대효에게 헌원의 뜻을 전했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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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9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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