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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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오늘의 여정은 천성교(天星橋)와 천성동(天星洞)을 거쳐 황과수폭포를 품에 안는 일. 인구 40만의 안순(安順)에 있었다. 달리는 차에서 사진을 찍는 건 오랜 나의 버릇. 사고 여파로 뒤엉킨 시내를 겨우 빠져나왔으나 일정이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지체됐다. 주위 풍경은 천하 절경인 계림을 약간은 닮은 모양새. 하지만 그 아류일 뿐 감히 견줄 순 없다. 뾰족한 돌산이 흔했다. 순간 필자의 뇌리엔 사념의 파편이 스쳤다. 산을 떠받치는 저 바위가 진짜일까, 가짜일까? 워낙 짝퉁이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감각이 그리로 미쳤을 뿐이다. 쭈뼛 자란 볏잎이 푸르다. 정겨운 건 산지를 개간하여 옹기종기 촌락을 이룬 모습. 두어 시간 남짓 내달리니 멀끔한 시가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기울어가던 구 시가지를 일신한 신도시. 간간이 ‘전방시공 감속운행’이란 입간판이 말해주듯 천지사방에서 집을 짓느라 야단이다. 이윽고 <천성교>. 그러나 입구에 늘어선 인파가 초장에 사람을 질리게 했다. 안순의 특징이라면 부이(布依, Buyi)족, 묘(苗, Miao)족, 회(回, Hui)족을 비롯한 39개 소수민족의 명절이 다채로운 것. 돌다리를 놓은 천성교는 그처럼 365일을 꼬박 밟아야 했다. 여러 개의 동창(洞窓), 동청(洞廳), 동천(洞泉)이 흐르는 통로에 거꾸로 매달린 선인장이야말로 일품. 그러나 천성동의 아기자기한 동굴이 아니었다면 꽤나 밋밋할 뻔했다. 동굴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요컨대 오랜 기간 종유석을 만들고 석순이 자라 석주가 되는 순환이 일견 유구한 세월을 요구할 성싶지만 실은 석회질의 속성상 그리 오래지 않아 만들어진다는데, 창조과학자들에 따르면 노아홍수처럼 지각이 요동을 칠 경우 불과 한 해만에도 여러 형태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전체 공간인 동청의 높이가 50m에 좌우 직경이 150m에 달한다니 대단하다. 탄소칼륨으로 된 팔선과해(八仙過海), 각양각색의 석분(石盆)을 보노라면 천국성연(天國盛宴)은 아니더라도 지상의 큰 잔치쯤은 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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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점심을 들고 달려간 데는 <황과수(黃菓樹)> 국가급풍경명승구. 입구로 들어가니 분재원이었다. 자연체험 학습장이자 생태공원을 겸한 사색의 공간. 느긋이 감상할 여유도 없이 케이블카를 타고 걸어가니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중국인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여가를 즐기다보니 관광지마다 북새통이다. 기다란 줄에 뒤섞여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야 마주한 황과수폭포. 과연 세계 제4대폭포가 맞았다. 74m에 달하는 낙차도 낙차려니와 수폭이 81m에 이르는 세찬 물줄기 또한 나이아가라의 새끼 말발굽쯤은 되었다. 상하좌우는 물론 앞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폭포수. 땅위, 땅밑, 물위, 물속이 하나가 되어 풍자준채(風姿俊采)를 이룬 절경이라더니 근거가 있다. 폭포수 뒤 134m나 되는 종유석 천연동굴 속에서 바라본 물줄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고로 명나라 지리학자 서하객(徐霞客)은 황과수를 보며 “진주를 두드리고 옥을 깨뜨리듯이 물방울들이 마구 튀는 가운데 물안개가 하늘로 솟아나기에 참 굉장한 장관이다!”라고 감탄했단다. 그래서 지어낸 필자의 언어유희가 있다. ‘남미에는 이과수, 중국에는 황과수, 한국에는 국과수가 있다’는 농담. 뒤이어 수상 석림(石林)을 감상하다가 아들의 손끝이 카메라를 놓치는 바람에 아차 싶었으나 다행히 모서리 부분이 시멘트 바닥에 닿아 기능에는 별 이상(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고서야 손볼 데가 생긴 걸 앎)이 없었다. 그 왼편 위로 높지도 크지도 않은 은목걸이폭포가 있었다. 수렴동(水簾洞)과 낭궁(浪宮)을 지나 적수탄폭포를 거쳐 누운 두파담폭포까지 마저 보고나니 기진맥진. 떨어지는 물소리에 묻혀 내 몸 역시 마치 나뒹구는 나목(裸木)의 낙엽인 양 하염없이 널브러졌다.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돌아가는 길. 일행은 안흥(安興)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중국정부에서는 민생차원에서 어디든지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는 게 대원칙이란다. 마땅히 까마득한 산꼭대기에도 어김없이 살림집이 있고 하나같이 전깃줄로 맞닿아있다. 고속도로변을 수놓은 풍경은 줄기차게 이어진 산맥. 비록 허공을 찌르는 통나무는 드물지만 그렇다고 헐벗지도 않았다. 웅장한 자태가 마치 구라파의 수더분한 산야를 보는 듯했다. 흩뿌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얘기는 소수민족으로 옮겨갔다. 장족은 월남인과, 묘족은 왜인과 비슷한데 언어만 하더라도 ‘요시’를 ‘요사’, ‘하이’를 ‘하야’로 발음한다는 것. 가이드는 등소평의 업적을 높이 샀다. 정리하면 오뚝이처럼 일어선 그의 일생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게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이었단다. 아연실색한 건 무차별 짝퉁문화가 창궐해대는 바람에 성능이 배터리 용량을 지나쳐버려 종종 폭발사고를 낸다는 말. 한 번 충전에 한 달이나 버틴다니 알 만하다. 첨단기술이 그 점을 우려한 나머지 하루를 쓰면 짐짓 고갈이 나도록 만든 지혜를 도외시한 까닭이다. 도로에 설치한 철조망은 짐승이 출몰한다는 증거일 텐데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건 이네들의 출중한 자연보호정신이다. 올벼가 포기를 불리듯 대나무는 튼실하고 무성한 모양새 역시 식물이 맘껏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기에 가능하리라. 이른 저녁을 들고 흥의로 이동해 제대로 된 전신마사지를 받았다. 꼭 필요한 손길을 느껴본 지 그 얼마만인가? 축 늘어진 일정 탓에 뒤늦게 든 숙소. 금산리조트호텔은 리조트보다는 호텔에 가까웠다. 기도를 드리고 샤워를 마치자마자 깊은 잠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홈페이지 http://johs.wo.to/>
 
※ 다음호(327호)에서는 '중국 탐방기' 4회 - 만봉림 풍경구가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조하식 수필가 프로필
 
<월간에세이>를 거쳐 <한맥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본보에 6년째 '세상사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신앙산문집<주님과 동행한 오솔길>, <생각만큼 보이는 세상>을 펴냄. (홈페이지
http://johs.wo.to/, 이메일: joha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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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중국 탐방기, 황과수 폭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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