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가 있는 풍경.jpg
 
시가 있는 풍경.jpg
 

이근모 시인


하나의 빗방울 소리만 들어도
책장을 넘기는 입술 침만큼이나 좋은 것을
처마 끝 낙숫물 주룩주룩 내리네
세숫대야에 떨어지는 댕그랑 소리만 들어도
음악처럼 좋은 것을
온통 지붕을 때리며 좔좔 쏟아지네
물받이에 쏟아지는 빗물이 좋아
물통을 놓고 받아 보는 것을
논배미가 넘쳐 물꼬 소리 요란하네

밤낮없이 온돌방을 달구며 사는 나도 이렇게나 좋은데
동장군 속에 사는 동식물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빗방울 방망이질 소리에
동토의 죽어 있는 땅에서
물거품 풍선을 부는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저 노천에 매달린 동면들의 아우성 좀 보아
저 칠흑의 땅속 겨울잠들 아우성 좀 보아

그냥 두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여
꽃과 초록으로 빈 땅을 덮어 버리겠다는 듯
동물들은 지하에서 목욕 재계를 하고
꽃눈들은 립스를 바르고 있네
대지가 온통 예식장이 되어
지상 최대의 합동 결혼식을 위해서
봄의 상견례를 나오는
참 아름다운 저들을 나는 엿보고 있네.

■ 작가 프로필

▶1940년 보령출생 ▶1992년 한내문학 회원 ▶1992년 시도문학 회원 ▶1993년 월간 <문학공간>으로 등단 ▶1998년 평택문학회 회장 ▶시집으로는 <서해대교 바람결에> <길 위에 길을 찾아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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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우수雨水의 봄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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