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박미자 시인

일요일 점심
오늘 메뉴는 냉이된장국이다
11시30분 근처로 몰려든
독거의 손들엔 비닐봉지가 들려져있고
그들은 일주일 분량의 공복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다

유전처럼,
불안한 걸음으로 꺼지기 쉬운 온기를 살피며
인에 박힌 연탄길목을 왕래하고 있다
시멘트 틈새 속 날짜지난 신문지나
간밤의 심한 욕설이 묻어있는 빈 병을 수거하는 동안
그들의 하루는 빠르게 기울어지고
아무 곳에나 적어두었던 급식 날짜가
허기진 또 다른 날을 향해 저물어간다

일요일 점심뿐인 정식
봄을 나눈 역 앞엔 예열 중인 태양 하나 걸려있고
냉이의 여운처럼 어떤 비둘기는
아직 차가운 역 광장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한맥문학동인, 시원문학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는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를 냈으며, 현재 평택시 합정동에서 ‘안데르센 마주이야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9893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가 있는 풍경] 나누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