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시인
한 잔의 비가 내린다
담장에선 가시 뽑는 장미의 신음이 들리고
창가에선 그리움 뒤적이는 소리도 들린다
하늘빛 풀어헤친 바다로 가고 싶은 건 아마도
추억의 급류에 휩쓸린 그가 있었기 때문일까
한 잔의 비를 마신다
한 잔의 정원을 마시고
한동안의 칩거로 식어가고 있는
오전 한때를 마신다
비워낼수록 가득 고이는 무료함의 깊이
누군가의 기척에 핸드폰이 흔들린다
나는 잠시 갑작스러움의 무게를 헤아리듯
그대로 선 채로
부재의 안쪽을 더듬어본다
■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한맥문학동인, 시원문학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는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를 냈으며, 현재 평택시 합정동에서 ‘안데르센 마주이야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