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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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사회과학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백영경 교수에 따르면, 사회과학이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로써, 근대의 분과 학문체계이자 통치 권력의 기반이 되는 중층적인 성격이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다시 말해 사회과학에서는 사회 현상들의 원인이나 영향을 받는 관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미처 일반인의 생각이 닿지 않는 이면적 측면까지 다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 특정 관점에 국한해서는 사회를 올바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고로 사회과학책을 읽을 때는 해설에 타당성이 있는지, 새로운 지점에 대한 성찰이 있는지, 서술을 통해 빠뜨린 대목은 없는지, 배제된 사람들에 대하여 배려했는지를 문답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나의 경험칙상 객관성을 확보하면서 검증된 이론과 개념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사회 현상에 관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목이라는 지침이다. 그렇다면 막상 읽고 싶은 사회과학책을 어떻게 고를 참인가? 아무래도 초심자는 나의 관심사를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 무난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필자는 사회과학 과목의 보고서를 쓰면서 관련 용어는 어려워도 전체 흐름을 놓치지는 않았다. 평소 시사성 있는 화제나 날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의점은 사회과학 저술은 유사한 주제의 언론 보도나 자기계발서의 유형과는 달리 그저 알려주기 위한 소개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일정한 개념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고 체계화된 이론을 동원하여 흐트러진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조직하는 일들을 떠맡는다. 즉, 언뜻 엇비슷해 보이는 현상일지라도 특정 시점과 공간에 얼마큼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따져 묻는 역을 감당한다. 그러므로 ‘사회과학하기’라는 작업은 저자의 서술에다가 독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쌍방향 과정이 된다. 이러한 접근법이 처음에는 어떤 훈련된 눈을 통해야 한다는 면에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차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과의 연관성을 발견하면서부터는 나름은 흥미도 있고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책 모두가 비판적 사고를 고양해주지는 않는다. 행정적 기능을 다루거나 현실의 합리화에 급급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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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중앙동 일대에 피어난 맨드라미 꽃무리

 

사회과학의 종류에는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법학, 지리학, 국제관계학, 교육학 등 인간 생활의 사회적 측면을 조명한 학문을 포함한다. 그러나 인문학의 핵심인 역사학을 두고는 광의에서 사회과학의 일부로 보기도 하며, 심지어 자연과학과 의료 등의 영역까지 사회과학의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기는 하다. 서구에 기원을 둔 근대 학문체계를 소환하면 ‘사회’를 주목하며 탐구할 대상으로 여긴 때는 18세기 중반이었다. 그 직전인 17세기가 되어서야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주시하며 ‘사회적’(social)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회라는 낱말은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도 아니요, 공적 영역인 국가도 아닌 소규모 결사체에서나 적용하던 용어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회라는 개념이 정치적 자유주의 이념에 부합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정상적 질서유지의 차원에서 통치자들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으로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요컨대,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면 기존의 ‘바라보기 방식’에서 벗어나 몰각한 정치권력과 부당한 통치수단에 대한 안목이 생길 것이다.


저자는 사회라는 현상은 어떤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특정한 시기 이래 인간들 사이의 집합적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생활하는 터전이 있기에 손에 잡힌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의 기본을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볼 참인지 아니면 상생의 공동체로 여기냐에 따라 매우 다른 전개 양상이 전개된다는 시각이다. 요체는 사회학자의 근본적 세계관에 달렸으므로 굳이 편협한 틀에 갇혀 다양한 세계를 놓칠 이유는 없다는 게 저자의 권고다. 하지만 지은이는 현재의 삶을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주의할 지점이라고 충고한다. 미래 예측이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거니와 누군가의 현실 자체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어 깊은 성찰을 전제하더라도 미지의 시간에 대한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가령 지금의 출산율을 기준으로 민족 소멸을 장담하고 아파트 수요를 예단하는 행위는 사회과학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실체는 누구의 시선이냐에 대한 맥락이다. 현상 자체의 시공을 따라 뿌리와 줄기를 파헤치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사안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24호)에는 ‘효과적 독서의 요건 - 과학의 세계로 빠지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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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효과적 독서의 요건 ‘사회과학 똑바로 하기’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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