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윤승만(평택시 다문화사랑봉사회 대표)
 
 
기고 윤승만.JPG
 “아니 옷이 그게 뭐야! 지난번에 새로 산 옷이 예쁘던데 그걸 입지 않고?” 필자가 공직에 있을 때 정년퇴직을 앞둔 어느 토요일 이맘때 쯤 겨울, 아내가 친구와 점심약속이 있다고 외출하며 옷매무새를 보아달라고 했을 때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당시 아내가 외출복으로 입은 옷은 헤지지는 않았지만 약간 색도 바래고 오래되어 유행이 지난 탓에 잘 입지 않던 옷이었다. 그동안 변변한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준 아내에게 퇴직을 앞두고 그래도 큰맘 먹고 옷 한 벌을 사주어 아내가 좋아했던 모습이 떠올라서 “지난번 그 옷 예쁘던데 그 옷 입고 나가지 그러나”라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순간 너무 감동적이어서 내심 계면쩍었던 기억이 있다. 
 
 아내는 필자에게 “아니 됐어요! 오늘 그 친구 위로 겸 점심 먹자고 했는데 새로 산 그 옷 입고 나가면 그 친구 밥 못 먹어요” 라며 “당신은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어 친구가 부러워하던데 힘들어하는 그 친구 앞에 좋은 옷 입고 앉아서 같이 밥 먹기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내 말에 따르면 그 친구 남편은 10여 년 전 실직을 한데다가 암으로 투병중이며, 결혼시기를 훌쩍 넘긴 아들이 일용직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어 어려운 처지였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와 식사할 때 그 심정까지 헤아려 외출복을 입고 나가는 아내가 대견하기도 했지만 현직에 있을 때 내 앞가림하기에 바빠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눈길도 제대로 주지 못한 필자가 내심 부끄럽기도 했던 기억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사회를 불확실성과 불평등성이 높은 나라로, 불안수준이 높으며 감정적, 공격적, 활동적,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사회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문화는 남보다 앞서야 출세하고, 앞서야 대우받는 경쟁의식 속에서 오는 필연적인 사고로 이기심이 팽배해져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듯이 양보와 배려를 외면하는 사회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과 그 비용은 실로 엄청난 국가예산과 국력의 소모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우선 공동체생활에서 상대방의 배려와 양보가 요구되는 교통운전 문화, 이제는 필연적으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함께 살아가야할 공동주택에서의 에티켓 문화, 그리고 그 외의 공공질서 문화에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배려하기만을 강요하며 살아 온 것은 아닌지.
 
 이런 이유에서 더불어 행복과 아픔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의식문화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으며, 소외되고 무관심으로 인한 자살률이 OECD 회원국가중 제일 높은 나라가 되고 있다.
 
 “먼저 가슈, 양보와 배려 3초면 충분합니다” 얼마 전에 매스컴을 통해서 본 어느 도시의 교통정책 슬로건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초행길에 마주 오던 차가 비켜주며 기다려주는 배려는 작은 감동이다. 이와 같이 양보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남을 배려할 때 손해보다는 유익함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때때로 양보하지 않으려다가 분노를 앞세워 불상사로 연결되는 일을 매스컴에서는 종종 접하고 있다. 
 
 이제 연말을 앞두고 우리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여 훈훈하고 다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필자 역시 다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 자신부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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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보와 배려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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