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이종국(국민안전처 미래재난협업담당관)
 
 
정책칼럼.jpg
 메르스 사태로 신종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메르스 사태는 7월말로 사실상 종식됐지만 다른 신종감염병의 발생가능성은 여전하다. 국제교류가 활발해진 탓도 있지만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평균기온 상승, 해수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홍수가뭄의 증가, 슈퍼태풍의 발생 등 물리적인 영향 외에도 신종감염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신종감염병의 원인이라고 단정지을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그 영향이 확실하다고 하는 다수의 의견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이다. 에볼라는 2015년 6월까지 2만 7341명이 발병하여 1만 1184명이 사망한 끔직한 신종감염병으로 지금도 기니, 리베리아, 시에라리온 3국에서는 에볼라 퇴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 아프리카 지역은 신종감염병의 발생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경제적 측면과 지역적인 이유에서 기존의 감염병도 그 발생지역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신종감염병의 하나인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에서 시작되어 사람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식량부족 사태로 야생동물을 음식물로 섭취하는 과정에서 이 병이 발병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 매년 4억명 정도가 걸리는 뎅기열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80년경에는 약 50억에서 60억명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는 뎅기열 모기가 기온상승, 강수량증가, 습도증가에 따라 개체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코넬대학의 해양생태학자 드류 하벨에 의하면 기온이 1~2도 상승하면 예기치 못한 감염병이 크게 증가하고 기후변화로 심각한 가뭄 후 홍수로 이어질 경우에 감염병의 발생이 급증한다고 한다. 대표적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하수의 변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매릴랜드 대학 연구팀에 의해서 밝혀졌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감염병의 매개체인 모기는 기온상승에 특히 민감한데 서식지의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활동성과 개체수가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기온상승으로 모기가 많아질 경우 뎅기열, 말라리아, 웨스트나일등 모기가 전파하는 감염병이 크게 확산되는 결과를 낳는다. 멕시코에서의 관찰된 바에 따르면 뎅기열 모기는 기온이 1도 오를 때 개체수가 2.6% 증가하고 강수량이 10mm 늘 때마다 개체수가 1.9% 늘어나며 해수온도가 1도 상승하면 개체수가 무려 19.4 %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기가 매개체인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도 1999년 미국 뉴욕 서부지역의 긴 가뭄 뒤의 홍수로  처음 발생된 후에 현재까지 1600명이나 숨졌다. 최근 텍사스 지역에서는 한달만에 1993건이나 발생하여 87명이나 숨졌다. 특히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감소한 지역에서 더 많은 발병사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9년 리졸리의 연구에 의하면 지난 30년 동안 진드기로 인한 진드기 뇌염이 400% 증가하였다고 한다. 진드기는 습도가 80% 이상 되어야 생존한다고 하는데 기후변화로 이런 조건이 크게 늘고 있다. 2008년 그레이의 연구에 의하면 1979년에 해발 700미터정도에 서식하던 진드기가 2002년에는 해발 1100미터까지 진출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로 진드기에게 유리한 서식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유행성출혈열이라고 알려졌던 한타바이러스는 한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이제는 미국까지 진출하였다.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6년 동안의 심각한 가뭄 후에 폭우가 이어지자 한타바이러스를 옮기는 사슴생쥐들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한타바이러스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한타바이러스는 현재 미국의 34개 주에서나 발병사례가 있고 2013년에는 637명이 발병하여 230명이나 사망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의 발병이 늘고 있다. 2013년 첫 감염자가 발생한 후로 2014년에는 36명이 발생하였고 그중 17명이 사망하여 전 국민에게 공포감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진드기는 특히 기온변화에 민감한데 기후변화로 인하여 평균기온이 상승하게 될 경우 개체수가 증가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기후변화로 인한 신종감염병의 확산에 치료제나 백신개발 등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신종감염병의 발병예측을 수행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세계기구나 민간단체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프리카 각국의 말라리아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여 각국이 사전에 적절한 방역계획을 수립하고 진단시약이나 치료약을 충분히 비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로 인한 신종감염병의 발생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가 않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 스케일이 최소 10~20년 정도이나 기후변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신종감염병의 매개체는 활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보통 그 대응시간이 4~5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신종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후변화의 실체를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파악하고 미래의 신종감염병 발생가능성을 철저히 따져서 최상의 대응책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7159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정책칼럼] 기후변화를 알아야 신종감염병이 보인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