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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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호 본보 대표
 
 
 평택시에도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고교평준화시민연대가 지난 4월 출범하면서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미 도내 많은 지자체들은 고교평준화를 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들은 많은 갈등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고교평준화 도입은 평준화 기준치인 50%~65%의 동의를 묻는 여론조사, 시의회의 고교 입학전형 실시 지역 지정 및 해제에 관한 조례안 처리, 조례가 만들어진 후 통학거리 등에 따른 학군 나누기와 타당성 조사 등의 정책연구, 정책연구가 이뤄진 다음에는 시민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해서는 많은 의견수렴과 시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고교평준화란 지역별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해당 지역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학생들을 나누어 배정하는 교육정책으로, 경쟁선발이 아닌 추첨배정을 통해 고교에 진학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 고교 입시 과열로 인한 교육문제와 부작용 해소를 위해 실시되었다. 당시 중학교 교육은 일류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 교육으로 변질되어 많은 부작용을 낳았으며, 더욱 문제는 세칭 1류고와 3류고를 나누는 사회 분위기 속에 같은 지역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위화감이 조성되었고, 아쉽지만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고교평준화 도입에 있어서 어느 지자체나 찬반론은 확실히 나뉜다. 장점으로는 고교 입시를 위한 과열 경쟁 해소, 평균 학력 증가, 학교시설 향상, 재수생 감소, 각종 사회문제 해소 등이며, 이와는 반대로 고교교육의 하향평준화, 교육의 질적 저하, 경쟁원리 말살, 우수학생 학습의욕 상실 및 역외유출이 심각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교평준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의 입장도 확연히 다르다. 찬성론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사회적 차별도 최소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고, 현재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과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전인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론자들은 교육선택기회 박탈, 학력의 하향평준화, 학군 간 교육여건의 차이 및 학력의 지역차, 경쟁력 갖춘 인재 양성의 어려움, 공교육 몰락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등을 지적하고 있듯이 교교평준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고 옳은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교평준화 도입은 학생, 시민, 학부모 등 지역구성원들의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금까지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전국 지자체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률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다는 아니겠지만 고교평준화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자체는 대부분 고교평준화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다만 고교평준화를 도입한 지자체들도 각 지자체의 교육현실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고교평준화 도입이 모든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풀 수 있는 만능은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3개 시·군이 통합한 평택시의 경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지난 512일 평택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고교평준화 정책토론회에서 단일학군 내 남부·북부·서부 3개 학교군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발표되었는데, 이런 경우 비선호 학교 배정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과 남부·북부·서부 3개 학교군의 격차 등으로 인해 여러모로 평준화의 효율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예상되고, 이로 인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토론회에서 용인시의 3개 구역(시흥, 수지, 처인)으로 나누어 실시하는 단일학군 복수구역제의견도 개진되었다. 쉽게 말해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 우선 1단계로 평택시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 중 5개교를 선택해 지망할 수 있고, 2단계로 재학 중인 중학교가 포함된 구역 내 모든 고교에 지원서를 내게 된다. 그리고 1단계에서 50%, 2단계에서 50%를 배정하게 되는데, 본인이 지망할 학교가 본인 거주지에 속해 있다면 확률은 적지만 1단계에서 지망한 학교를 2단계에서 지망할 수 있는 단일학군 복수구역제는 꼭 필요해 보인다.
 
 각설하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도 1등을 못해서 자살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교육이 우리 교육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아직도 평택시의 몇몇 학교는 우열반과 다름없는 기숙학사 운영을 통해 학습과 학생의 서열화를 자체 조장하고 있으며, 많은 학교가 보충학습, 야간자율학습을 거의 반강제적으로 강요하고 있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또한 일부 학교와 학원에서는 입시 합격현수막을 내걸며 학벌의식을 부추기고 입시실적을 교육의 목적으로 착각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많은 지역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입시를 위한 과열 경쟁 해소, 평균 학력의 증가, 학교 시설의 향상, 재수생 감소를 비롯한 각종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평택시의 고교평준화 도입에 대한 논의는 기쁘지만, 이제까지 아이들의 학습, 성적의 서열화에 침묵해 온 것은 아닌지, 학벌의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그저 좋은 대학 가야 성공한다는 논리만을 아이들을 주입시키지 않았는지. 어쩌면 고교평준화 도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현실에서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평택시 각급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학습, 성적의 서열화부터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평준화의 시작일 것이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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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평택시 고교평준화 도입’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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