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천혜의 자연경관과 볼거리, 국립공원 변산반도는 어찌 보면 한 폭의 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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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촌과 해변, 바다물결 그림 같이 느껴져
 
 일 년 중 봄이 시작한다는 입춘(立春)이자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이기도 한 지난 4일(수) 겨울의 끝자락에서, 이번 지면에 소개할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에 있는 어항인 '곰소항' 취재를 위해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이어지는 30번 국도를 이용하면 부안에서 새만금, 대항리를 거쳐 채석강, 격포, 모항, 곰소까지 이어진다. 곰소항에 도착할 무렵 노을에 붉게 물든 어촌과 해변, 바다물결은 실물이 아닌 그림처럼 느껴졌다. 그저 좋았다.
 
 전라북도에서는 군산항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어항인 곰소항은 줄포항이 토사로 메워져 폐항이 되자 1938년 진서리 앞바다의 곰섬을 중심으로 동쪽의 범섬과 연동, 서쪽의 까치섬과 작도리를 잇는 제방을 쌓아 만든 항만이며 서해어업의 전진기지항이기도 하다. 또한 곰소항은 어업과 주변의 염전으로 급격히 발전하고 있으며, 주요어획 물로는 갈치·조기·오징어·병어·꽃게·아구·새우 등이 있다. 근래에는 김양식이 활발하고 어업무선국·냉동공장·김건조장 등의 시설이 있으며, 위도와의 여객선이 운항된다.
 평택시도 평택항이 있지만 아쉽게도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어항은 없다. 한 때 평택시와 시민들은 지난 2000년부터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바닷가와 항만매립지(배후단지)에 어항구(漁港區, 해양레저단지)를 개발해 생태체험, 친수레저, 문화상업, 숙박휴양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 소득 없이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이런 까닭에 필자에게 서민 생활형 어항으로 느껴지는 곰소항은 또 다른 느낌이자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도착해 곰소의 염전(鹽田)을 구경했지만, 소금을 만드는 시기가 3월말부터 10월이기 때문에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작업을 하지 않아 아쉽게도 염전에 물을 대고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아 걷어 들이는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풍경은 볼 수 없었고, 겨울 끝자락의 염전은 얼음 눈꽃이 채워 진 생경한 풍경이었다.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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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소젓갈, 입에 착착 감겨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곰소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곰소항에 가까워질수록 바다 냄새와 젓갈냄새가 필자를 반겼다. '곰소하면 젓갈'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부분 브랜드화 되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곰소젓갈단지'는 평일이지만,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변산반도 근해에서 잡히는 어류를 손질해 곰소의 천일염을 뿌려 만드는 것이 그 유명한 곰소젓갈이다.
 
 곰소는 조선시대 '만기요람'에도 기록되었듯이 전통소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조선 초기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발전했지만, 현재는 전국 생산면적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작은 규모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만 있지만, 품질만큼은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천일염이 젓갈과 조화를 이뤄내 '곰소젓갈단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마도 서해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 발달한 염장기술과도 깊게 관련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전통과 풍부한 경험이 국내 최고의 젓갈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울러 상서된장, 계양죽염 등의 발효식품을 명품으로 만들어 특산물로 자리 잡게 한 것 역시 곰소의 좋은 소금 맛이 만들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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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소만 해안을 따라 형성된 망포, 고사포, 격포 등에는 예로부터 새우와 조기가 많이 잡히고 바지락, 백합 등이 양식돼 왔다. 또 충남, 전북, 전남의 8개 기초지자체는 서로 업무협약을 통해 충남 유부도 갯벌, 전북 곰소만 갯벌, 전남 여자만 갯벌 등 서남해안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참고로 지난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후 2011년에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세계유산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각설하고 곰소에 왔으니 젓갈정식은 먹어봐야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가장 젓갈이 맛있다는 식당을 찾아 젓갈정식을 주문했다. 젓갈정식에는 낙지젓, 명란젓, 창란젓, 멸치 속젓, 비빔낙지젓, 어리굴젓, 가리비젓갈, 오징어젓 등 다양한 젓갈은 맛도 명성만큼이나 훌륭했다. 작은 공지에 다양한 젓갈이 담겨져 나오며 한 종류씩 맛을 보다 보면 금세 밥 한 그릇이 뚝딱, 아주 짜지 않고 칼칼한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거기다 젓갈의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다 먹고 나면 공지를 가지고 가서 냉장진열대에 가 먹고 싶은 젓갈을 더 담으면 된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맛있는 젓갈로 인정받는 '곰소젓갈'은 지난 2011년도에 국가브랜드대상을 수상하고, 이어 2012년도에 '지리적표시단체표장등록제'에 정식 등록되어 곰소젓갈협회 70여 회원사만이 공통으로 '곰소젓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지자체와 주민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곰소항은 지난 1972년에 1종 어항으로 지정되었지만, 86년 여객선 출발지가 곰소항에서 격포항으로 옮겨지면서 항구기능이 쇠퇴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젓갈 판매업체가 늘어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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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소항,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5~6여 년 전에 연로하신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찾았던 곰소항. 6여년이 지난 지금도 곰소항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니 시간이 멈춘 듯이 6여 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찾을 수 없어서,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서. 그래서 곰소항은 아버지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기도 하다.
 
 전국에는 힐링을 위한 명소가 많이 있지만, 가까운 서해안에도 명소가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볼거리 가득한 국립공원 변산반도는 어찌 보면 한 폭의 동양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곰소항 이외에도 채석강(彩石江)은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자연경관이다. 서해가 호수였던 약 7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층 이 파도에 깎이면서 이뤄진 해안절벽이다. 썰물 때면 채석강의 너른 갯바위를 거닐며 파도가 뚫어놓은 해식동굴에 들어갈 수 있다. 동굴에서 물결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서 온몸으로 파도를 맞는 바위가 되어 겨울 감상에 젖어든다. 당나라 이태백이 달빛이 아름다운 밤에 뱃놀이하며 술을 즐기던 중 강물에 떠 있는 달을 잡으러 뛰어들었다가 삶을 마감했다는 중국의 채석강을 닮은 변산 채석강은 바다의 수석 전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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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닌 내소사(來蘇寺)도 권하고 싶다. 백제 무왕 때 창건한 1,300년 된 고찰인 내소사는 바닷가에 있으면서도 산줄기가 사찰을 감싸 안아 처처 심중의 절처럼 안온하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펼쳐진 전나무 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만큼 멋스럽고 예스럽다. 숲길이 조성된 지 15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전나무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나무 특유의 맑은 향을 맡으니 마음 이 편안해진다. 경내에 다다르기까지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특히 내소사의 전나무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 될 만큼 아름다운 150여년 된 전나무 숲길이 내소사 입구 매표소부터 천왕문까지 600여 미터에 걸쳐 500여 그루가 반겨준다.
 
 도심의 번잡함을 피해, 또 일상의 피곤함을 지우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서해안의 진주라 불리는 변산반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가 느끼기에는 서해안의 변산반도는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 있어서 좋았다.
 
서태호 기자 ptlnews@hanmail.net
 
[변산반도 국립공원 가는길]
 
1. 서해안고속도로(목포방면)→부안IC→국도30호선(격포방면)→격포분소 2. 경부고속도로(부산방면)→천안분기점→천안논산민자고속도로(논산방면)→논산분기점 → 호남고속도로(전주방면) → 서전주IC → 지방도 716호선(김제방면) → 국도 23호선(부안방면) → 국도 30호선(격포방면) → 격포분소 ※ 문의: 국립공원관리공단변산반도사무소 ☎ 063-582-7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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