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6(월)
 


평택호 수질.jpg

지난 7월 평택환경행동 김훈 대표가 평택호 상류에서 연구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 평택호 인근 주민 13명 중 3명 ‘남세균 유전자’ 검출


평택시 현덕면에 소재한 평택호를 비롯한 경기도내 호수 주변에서 인체에 유해한 유해 남세균 유전자(mcyE, PC-IGS)가 검출되면서 호수 주변 인근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8월 26일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와 경기환경운동연합은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택시 평택호와 수원시 서호저수지 주변 주민 콧속에서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녹조가 발생한 강 및 호수 인근 주민의 비강 및 소변에서 유해 녹조 독소 및 유해 남세균 검출에 관한 연구’ 조사 결과 검사에 참여한 32명 중 4명(12.5%)에게서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으며, 평택호 인근 거주 주민 13명 중 3명에게서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돼 타 지역보다 높은 23.0%로 조사됐다. 


조사 참여자 32명은 모두 호수(저수지) 주변 지역 주민으로, 저수지 인근 거주 및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생활 산책 코스로 저수지 주변을 이용했으며, 현재 피부 자극, 눈 가려움, 콧물, 코막힘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았으며, 이승준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교수가 분석을 총괄했다. 조사 참여자는 평택시 평택호(환경부 중점관리저수지) 인근 거주 주민 13명, 수원시 서호저수지 인근 거주 주민 10명, 의왕시 왕송호수(환경부 중점관리 저수지) 인근 거주 주민 9명 등 총 3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방법은 연구 총괄을 맡은 김동은 교수가 현장을 방문해 조사자의 비강 내 분비물을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한 후 Droplet digital PCR(디지털 미세방울 중합효소연쇄반응) 기기를 이용한 유전자 및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의 유전자 및 생산에 관여하는 남세균 유전자를 검출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조사된 평택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저수지에서 미국 EPA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3종의 마이크로시스틴 아형 중에 마이크로시스틴-LR이 가장 빈번하고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마이크로시스틴-LR은 만성 노출 시 시안화화물(청산가리) 6,600배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람 코에서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것은 유해 남세균이 인체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소량이라도 유해 남세균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인체 아미노산 대사 장애와 신장 손상 등 실질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도 치매와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 


■ 과감히 해수 유통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미국 환경보호청(EPA) 권고 기준치를 많은 부분 초과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된 만큼 국내 조사·관리에 있어서 투명한 데이터 공개, 장기 건강 영향 조사, 예방적 경보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 기준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관리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녹조 피해는 단기간이 아닌 구조적·상시적 위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호수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큰 불안감 속에서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호의 경우 상류 진위천에서 임의제 수질오염총량관리(지방정부 자체 목표 수질 설정 및 오염물질 배출 총량 관리 제도)로 오염원을 관리 중이나, 녹조 저감에 실패하고 있으므로 과감히 해수 유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지역 농민, 시민단체, 지자체, 농어촌공사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낙동강 하굿둑과 같이 해수 유통 시범사업 우선 추진도 검토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 환경단체, “유해 남세균 유전자 검출은 도민 건강·생명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와 경기환경운동연합은 2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경기도 5곳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사 결과 대부분 호수(저수지)에서 미국 EPA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기흥저수지 최고 142.7ppb(µg/L) (17.8배) ▶평택호 최고 61.6ppb(7.7배) ▶왕송호수 최고 69.1ppb(8.6배) ▶용인 조정경기장(기흥저수지) 최고 131.5ppb(16.4배)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자 전체 32명 중 4명(12.5%)에게서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다. 소량이라도 유해 남세균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다양한 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면서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이 대기 에어로졸 형태로 방출된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 과정에서 독성이 약화하기보다 반응성 산소종(ROS)을 형성해 폐 질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조사된 저수지 대부분은 도심 친수공간으로, 많은 시민이 휴식·여가 공간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라며 “경기도와 지자체, 환경부, 농어촌공사는 종합적인 녹조 대응 대책을 즉각 수립하고, 저수지 기능 전환 등 근본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주민 건강 영향 조사 실시 및 저수지 주변 거주민과 이용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체 검사를 진행하고, 장기 추적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도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녹조 발생 현황, 독성 조사 결과, 건강 영향 자료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 평택호, 환경부 중점관리저수지 선정… 2030년까지 수질 4→3등급으로 올릴 계획


평택시에 소재한 평택호와 의왕시에 소재한 왕송호수는 환경부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될 만큼 수질 악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평택호는 7월 7일 환경부가 지정하는 중점관리저수지에 최종 선정됐다. 중점관리저수지로 선정되면 수질 개선, 수생태계 복원, 수변휴양기능 역할 제고 등 관련 대책 집중 추진이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평택호는 지난 1973년 준공된 총저수량 약 1억 톤 규모의 대형 저수지로,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 생태 보존 등 다양한 역할을 해 왔지만 최근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과 수질 악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물론 평택호가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되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집중 관리를 받아 수질 개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현재 농업용수 기준으로 4등급을 겨우 맞추고 있으며, 더욱 문제는 황구지천,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 등 총 51개 국가·지방하천에서 유입된 물이 모이는 만큼 평택호 수질 개선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평택시는 지난 7월 24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평택호 중점관리저수지 선정을 설명한 후 평택호의 수질을 2030년까지 수변휴양형 3등급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수처리사업 ▶생태하천복원사업 ▶비점오염저감사업 ▶공단폐수처리사업 ▶가축분뇨 공공처리사업 ▶호외 오염물질 저감 대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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