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아파트 전체 면적 15% 공간, 다양한 생물종 생명력 이어가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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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평범한 삶이 일상이 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화단에서 자라고 있는 풀과 나무에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지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음이 눈에 들어오기 쉽지 않고, 다수의 관심사에서 화단의 수목과 거리감이 있음이 사실이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한 마을숲이 소중한 만큼이나 아파트 화단을 중심으로 조성된 아파트숲 또한 그 의미가 작지 않음이 사실이다. 


◆ Apt숲 체험, 상징나무 팽나무 이야기


지난 6월 10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우미린마을숲 생태체험’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이 사전 신청을 받은 우미린센트럴파크Apt 입주민을 대상으로 아파트숲과 주변 산책로 그리고 하날공원의 맹꽁연못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아파트숲을 구성하고 있는 동·식물이 주변과 관계를 맺고 적응하여 살아가는 모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미린Apt숲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경험해보고자 진행한 프로그램은 ‘우미린Apt 숲생태’, ‘상징나무 팽나무 이야기’, ‘기후변화와 특별한 숲생태’, ‘생명의 보고, 자연형연못’, ‘하날공원의 맹꽁연못 탐방’ 등의 작은 주제들로 엮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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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가족이 함께하는 우미린마을숲 생태체험’(2023.6.10)

 

Apt숲 체험의 시작은 우미린Apt의 중심에 있는 상징나무 팽나무 주변에서 진행되었다. 천년을 넘겨 산다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에 비해 500년에서 1,000년 정도의 수령을 지닌 팽나무는 오래도록 계속 유지되는 영속성 그 자체만으로도 Apt숲의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강이나 해안지역에 더욱 흔하게 자라고 있어 습지가 발달한 우리고장과 잘 맞는 수종이며, 장수하는 유전적 다양성과 가을이면 새들이 즐겨 찾는 붉은색 열매를 맺고, 잎은 홍점알락나비와 흑백알락나비 등의 네발나비과 곤충의 먹이식물로 이용됨으로써 생태계다양성으로 이어지고 있어 Apt숲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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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적인 공간”임을 알리는 비오톱 안내판(2023.5.8)

 

◆ Apt숲 체험, 기후변화와 특별한 수목과 습지


기후변화가 우리 주변 자연생태에 미치는 결과물의 사례는 생각보다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Apt숲을 구성하고 있는 수목 중에는 기후변화가 있었기에 숲의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었던 나무 몇이 있는데, 홍가시나무와 호랑가시나무, 목서, 배롱나무, 남천은 물론이고 심지 않았지만 저절로 종자가 날아와 자리를 잡은 낭아초 또한 자연형연못 주변에서 이름있는 조경수들과 함께 대등하게 꽃을 이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특별한 수목들을 우미린Apt숲에서 잎과 꽃으로부터 수형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사계절 내내 꽃보다 아름다운 붉은색 잎을 자랑하고 있는 홍가시나무는 상징나무인 팽나무 주변 화단에서 입주민의 시선을 끌고 있었으며, 초록의 잎에 빨간 열매의 조화로 야외 크리스마스트리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암수딴그루 호랑가시나무 또한 Apt숲 여러 곳에서 독특한 가시 모양의 잎으로 그들만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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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붉은색 잎을 자랑하는 홍가시나무(2023.5.8)

 

금목서에 대비해 은목서라고 불리는 목서와 노각나무·모과나무·백송 등과 함께 껍질이 벗겨진 나무에 속한 배롱나무 그리고 평택지역 전역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남천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가 가져온 생태계의 변화를 Apt숲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미린Apt숲에서 화단에 자리를 잡은 수목보다 기능적인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비오톱이 있다면 바로 ‘자연형연못’이라고 적힌 습지일 것이다. 첫 번째 답사가 있었던 지난 5월 8일 물이 없었던 연못에 비하면 6월 5일 재방문 때의 연못은 그 주변 전경과 잘 어우러짐은 물론이고 수면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소금쟁이 무리의 모습과 함께 청개구리 올챙이의 꼬물거림으로 생명력 넘쳐나는 연못으로 크게 변해 있었다. “이보다 아름다운 연못이 있을까?” 하는 당시의 감동은 지금까지도 남아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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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미린Apt숲과 함께 맹꽁이가 출현하고 있는 이화초등학교 주변(2023.5.8)

 

◆ 아름다운 비오톱, 우미린아파트의 숲


최근 들어 많이 쓰이는 용어에 비오톱(Biotope)이 있다. 약 100년 전에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에 의해서 제창된 비오톱이란 생명을 나타내는 접두사 ‘bio’와 그리스어로 장소라는 의미가 있는 ‘topes’의 합성어로 자연생태계와 동일한 의미로도 쓰이나, 그것보다 구체적인 지역과 생물군으로 성립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숲, 가로수, 둠벙, 하천, 연못, 화단 등 지역생태계 유지에 기여하는 작은 비오톱들은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소중한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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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미린Apt숲 내에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역할을 맡고 있는 자연형연못(2023.6.5)

 

지난 5월 8일, 6월 3일, 6월 10일 등 세 차례에 걸친 우미린Apt숲 관찰을 통해 화단에 조성된 크고 작은 수목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멧비둘기 등 야생조류의 번식지로 이용되고 있었으며, 특히 자연형연못의 경우는 소생태계이지만 청개구리의 올챙이가 이미 변태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참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 같은 일반 양서류는 물론이고 장마철을 전후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멸종위기 맹꽁이까지도 찾아올 수 있는 비오톱으로서도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를 뜻하는 서식처와는 달리 우미린Apt숲은 아파트 전체 면적의 15% 정도의 공간이지만 다양한 생물종들이 생명력을 이어가는 징검다리 비오톱으로서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역할은 물론이고 매일 조금씩은 자연생태계를 좋은 쪽으로 바꿔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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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아름다운 비오톱(Biotope), 우미린아파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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