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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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북마케도니아(the Republic of Northern Macedonia, 인구: 200만 남짓, 면적: 한국의 1/4가량)의 지형은 다소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반의 도시로 알려진 ‘오흐리드’는 달랐다. 여행자를 기다린 순서는 드넓은 호수와 한껏 어우러져 여러 폭의 병풍을 연상케 하는 풍경화. 아침나절까지 오락가락하던 눈비마저 그쳤으니 누군들 신의 가호에 감사하지 않으랴. 야외공연장을 내려다보며 둘러본 건물들 가운데 특히 요한의 이름을 붙인 카네오 교회당이 눈에 들어왔다. 소형유람선 타고 초점을 맞춘 곳은 ‘사무엘 요새’. 오랜만에 타보는 승선감도 신선했거니와 뱃전에서 바라만 보던 섬에 올라 둔덕을 오르내리며 걸어본 산책길은 평소 즐겨 찾는 뒷동산에 온 기분. 홍보지에는 성경을 번역해 복음을 전파한 성인을 기리기 위한 클레멘트 교회에 더해 천년을 견뎌온 소피아성당까지 묶어서 소개하고 있으나 한발 앞서 눈치를 챈 독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높이는 일에 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이는 물론 세계관의 문제여서 서로를 설득하고 말 사안은 아니로되 창조신앙을 가진 자는 원칙적으로 삼위의 하나님 외에 피조물의 형상을 향해서는 경배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을 존중히 여기고 예를 갖추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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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마케도니아의 사무엘 요새

 

화한 공기를 마시며 수도 ‘스코페’의 중앙거리를 걸어보니 정교한 맛은 없어도 선이 굵은 동상이며 건조물들이 내방객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빌딩을 지을 때 인부의 안전을 도모하는 비계가 매우 견고하고 촘촘하다는 것. 매번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한국의 공사현장에서도 이렇게만 대비한다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거라는 생각을 내자와 나눴다. 놓치면 아니 될 로컬 가이드의 일목요연한 해설. 이곳에서 10년 이상을 선교사 부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분의 지식 전반은 여태껏 접한 설명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현지 대학의 부름을 받아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재원. 교인이라야 여남은에 지나지 않은 한인교회를 묵묵히 지키는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 쉬운 게 있으랴마는 애써 웃는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이 그간 헤쳐온 수많은 고초의 흔적을 대변하였다. 그러면서도 남몰래 선교헌금을 내밀지 못하는 게 필자의 현주소.


거리에 돌아다니는 영국의 중고 이층버스들. 사도 바울은 이곳 마케도니아를 거쳐 로마로 향해야 하리라는 성령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았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마게도냐’에 관한 언급은 필자가 확인한 구절만 해도 무려 스물네 군데(사도행전을 비롯해 로마서, 고린도전·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서). 현지 해설가는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에서 러시아의 끼릴문자를 쓰는 것도 염두에 둘 사항. 짧은 시간에 들은 내용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몹시 걸리는 대목은 욱일기를 빼닮은 이 나라 국기였는데 일행 중에는 빨간 바탕에 여덟 개의 노란 줄이 뻗어 나간 형상이 하얀색 바탕에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열여섯 개의 일장기와는 다르다고 우겼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매한가지. 나아가 그것이 나치의 표식과 상통하는가 하면 그 방향을 달리한 절간의 표시와 어떤 공통점을 지녔는지는 제한된 지면상 더는 덧붙이지 않으리라.


발칸반도를 돌아보며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던 과수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내에게 물으니 수종은 체리라 했고,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심심찮게 지나가는 밀밭과는 여러모로 대조적, 밀 농사가 선선한 날씨에 적격이라는 건 상식이로되 좀 우려스럽기는 바로 옆 협궤열차가 다니는 철로와 나란히 흐르는 도랑물이 엷은 황톳빛이었다는 점이다. 유독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누차에 걸쳐 이에 관한 근심 어린 필치를 이어가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야말로 후손에게 물려줄 생명의 터전이거늘 왜들 멀쩡한 산을 깨부수고 마구 원석을 캐낸 뒤에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후속 조치는 실행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그나저나 양쪽 귓속은 멍멍한 상태, 이때를 놓칠세라 마이크에서는 이내 해발고도를 알리는 파열음이 흘러나온다. 이곳은 본시 산악지대여서 천여 미터에 달하는 산맥은 예사라는데 오래된 폐가인 듯 우중충한 가옥 몇 채를 앞에 두고 산기슭에 색다른 형태의 묘비들이 널브러져 있다. 무릇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데 저들이 외따로 묻힌 사연은 무얼까? 그리고 한동안은 울퉁불퉁한 노면의 연속. 거쳐온 나라들보다도 열악한 도로 조건을 보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꽤 뒤처져 있는 게 확실하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84호)에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다음은 지평선’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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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이어 스코페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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