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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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우리 고장의 평택대학교를 태동시킨 피어선 선교사의 목회현장을 평가하고, 한국교회 안에서 실현 가능한 적용점에 대하여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선교적 교회론의 핵심은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지상에서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미전도지역사회로 들어가 원주민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섬김으로써 크리스천으로서의 일상적 삶을 살아내도록 돕는 일입니다. 송영섭 교수는 역사적, 신학적, 문화적 관점에서 자아성찰을 통한 교회는 단순히 ‘보내는 자(the sender)’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보냄을 받은 자(the one sent)’라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교회들이 직면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다원주의적 상황입니다. 합리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시대적 흐름을 주시하며 대처해야 합니다. 심대한 문제의식 없이 유의미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예리한 분석과 날카로운 비판 없이 적확한 대안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솔선수범을 통한 모본은 방점을 찍는 일입니다.


선교적 교회론의 핵심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복음 중심의 신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교를 교회 성장의 도구로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선교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세우기 운동으로써 하나의 성장 프로그램과 다르며 특수한 사역의 모델도 아닙니다. 김도일 교수에 따르면 선교적 교회론의 원저자는 하나님이시고, 실천가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성령님은 성부, 성자의 뜻을 성취하시기 위하여 이론과 실천을 조화하시는 영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피어선 목사의 선교현장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그는 하나님께 거저 받은 구원의 은총을 남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은혜와 사랑의 문화, 섬김과 봉사의 문화, 교회와 사회를 향한 변혁적 문화관을 주창했습니다. 그가 삶의 현장에서 변화와 개혁을 위한 문화 사역의 일환으로 당대 교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자 애쓴 흔적이었습니다. 반성경적인 지정좌석제를 폐지하고, 설교를 특별한 행사나 순서가 아닌 예배의식으로 단순화한 조치가 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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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진천과 맞닿아 있는 안성 배티성지

 

하지만 의식주에 허덕이다 구원 신앙과 멀어지는 도시 빈민의 문제는 늘 그의 목회 사역에서 풀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그는 영적 위기를 느낄 때마다 부패한 미국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았습니다. 치열한 자기반성으로 인해 참여한 케직사경회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성경적 성결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기독교인의 모임이 창조 신앙을 통한 개개인의 성결을 강조함으로써 개혁주의적 전통을 확립하려 했다는 점에서 피어선이 추구한 선교는 복음주의 역사상 영혼 구원의 시급성을 알리는 일이 주요사역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더 피어선 목사의 선교목회를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선교현장에 맞닥뜨리는 문제의 대부분은 기아를 해결하는 데 달려있다고 파악한 것입니다. 배고픈 자에게는 먹이고 난 뒤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맨 먼저 피어선이 앞장선 교회 내의 권위주의 타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당대 평등사회를 위해 노예제 폐지, 노동자의 권익 보호,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보장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인 것처럼 평신도들에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교의 문호를 과감히 개방함으로써 준비된 영적 인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한 한국교회의 시도는 사회 복음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뿐더러 선구자적 자세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피어선은 선교의 영역을 교회의 한 기능적 사역으로 취급하지 않고 교회 자체의 존재 목적으로 보는 교회론을 갖고 있었습니다. 곧 공적 영역이 미처 채워줄 수 없는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선교적 제자도를 실천한 지점에 주목하라는 제안입니다. 그는 기존 신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회를 현상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생계가 절실한 계층을 위한 도시 빈민선교를 선제적으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교회를 향해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습니다. 끝으로 피어선은 개교회나 개교단 중심의 목회가 아니라 교파와 선교단체를 아우르는 초교파 연합선교를 지향했습니다. 그는 일찍이 하나된 해외선교에 눈을 돌렸습니다. 혼탁한 국내외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회활동이 균형 잡힌 복음을 추구하는 총체적 신학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51호)에는 ‘다양한 교회의 필요성 - 코로나 이후의 예배형식’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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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다양한 교회의 필요성 ‘피어선의 목회를 상기함’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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