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35년 몸 담아온 평택소방서 이계식 예방과장 정년퇴임

  화재현장 출동을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상황실의 확성기가 현장 위치를 알린다. 소방서 구내에서 탁구를 하고 있던 소방관, 책상위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소방관들은 앞을 다투어 방화복에 방수모를 쓰고 차고에 있는 소방차로 달려간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는 출동한다. 현장출동을 알리는 벨이 울린지 불과 20초만에 출동은 끝난다.

 내년부터는 전면 3교대가 운영될 예정이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외출을 못한 채 소방서 구내에서 대기 상태로 근무하는 것이 소방관의 하루다.

 또한 언제 발생할지 모를 화마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구하기 위해 항상 대기하거나 소방차량에 승차하여 순찰 활동을 하며, 건물 위에 솟아오르는 연기가 있나 없나를 지켜보는 소방관은 남을 위한 그늘 속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생활에 35년을 몸 담아온 평택소방서 이계식 예방과장은 지난 12월 30일로 정년을 맞아 소방관 옷을 벗었다. 이계식 과장은 지난 1977년 6월 소방공무원을 시작했다.

"제가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화재는 78년 11월 1일 낮 12시10분에 일어난 수원 매탄동 삼성전자 공장 화재였어요. 그때 동료 소방관 2명이 무너진 담에 깔려 순직하고, 19명이 화상을 입는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그 때는 소방의 날이 11월 1일이었고, 소방공무원의 생일날 함께 했던 동료를 잃어버린 아픔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계식 과장이 처음 소방서에 근무할 때만 해도 수원 등 대도시 위주로 소방관서가 편성 운영 되었으며, 소방공무원 또한 소방에 대한 별다른 교육이나 장비를 받지 못해 화재를 보면 호스를 들고 물을 뿜으려 준비하는 동안 목조건물은 쉽사리 타버려 처음에는 소방이 아니라 불구경을 나가는 셈이 된 적도 있었다는 것이 그 당시의 진화작업이었다는 것.

 그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장비들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동시에 대형화되고 산업화로 인해 이 과장은 오히려 옛날에 비해 갈수록 화재 진압이 어려워져 간다고 말했다.

 전날 힘든 화재 진압 작업후 퇴근하면서 한잔의 술로 피로를 잊으며, 선·후배들과 함께한 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회상된다며, 비록 힘든 직업이지만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구한다는 직업 의식의 보람과 침체의 연속에서도 천직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35년간 몸 담으며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구하는 소방공무원직을 떠나는 이계식 과장의 뒷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서태호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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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은 정열로 불 길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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