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사랑하는 내 딸 혜희야! 너무도 보고 싶구나"

 "딸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안 다녀 본 곳이 없습니다. 제 몸이 망가지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제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딸을 찾는 일을 포기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소원이 있다면 제 딸아이 혜희를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는 것입니다."

 지난 6일(목) 평택시 모곡동 자택에서 만난 송길용(60)씨는 필자를 만나 '딸아이가 너무도 보고싶다'며 많은 눈물을 흘렸으며 딸을 그리는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은 필자에게도 가슴 속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송길용씨는 20살 무렵에 고향을 떠나 평택에 정착했고 그동안 평택시 신장동에서 살다가 지난 1995년 도일동 하리마을로 정착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내, 두 딸아이와 꿈과 희망을 일구며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학원을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딸 혜희(송혜희 학생, 실종 만17세)가 실종되면서 순식간에 가족 모두의 행복이 무너져 내렸다.

 1999년 2월13일 송혜희양은 친구를 만나고 귀가 하던 중 도일동 하리 입구에서 밤 10시경 버스에서 내린 후 실종되었다. 오늘도 송씨는 혜희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며 곳곳에 실종된 혜희를 찾아달라는 현수막을 달고 있다.

 송 씨는 당시 시내버스운전 기사를 찾아가 딸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마을 입구에서 30대 남자와 같이 내렸다는 말만 확인할 수 있었다. 파출소에 신고를 했지만 단순가출로 여기고 사건발생 3일 후 수사에 착수해 주변 탐문조사와 수색을 펼쳤지만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송씨는 초동수사가 빠르게 이루어졌으면 혹시라도 딸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을 필자에게 여러 차례 토로했다.

 이후 송씨와 부인은 하던 일을 접고 딸을 찾기 위해 전단지와 현수막을 만들어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딸을 찾아 다녔다. 지난 13년 동안 딸을 찾아 전국 가보지 않은 곳이 없는 송씨는 지금까지 걸려온 수백건의 제보를 받고 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그 때마다 딸과 비슷한 아이이거나 허위전화, 장난전화였다. 주위 친구들과 가족들은 '이제 그만포기 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지만 송씨는 딸의 얼굴을 보기 전에는 딸을 찾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혜희양은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받았고 항상 부모님을 걱정하며 곁에서 힘을 주었던 딸이었다. 더욱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든 사연은 항상 송씨와 함께 딸을 찾아다니던 아내가 딸을 잃은 슬픔으로 몸을 돌보지 않은 탓에 심장판막증과 관절염, 우울증 등의 합병증으로 딸아이의 전단지를 안은 채 송씨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다.

 "평택역에서 딸아이를 찾는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전단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단지를 받는 사람들은 그냥 휴지에 불과하지만 저에게는 금쪽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휴지통에서 전단지를 다시 꺼내 다리미로 펴서 다시 배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송씨는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일어설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며 전재산을 딸을 찾는 전단지와 현수막 비용으로 사용해 병원에 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어 시에서 주거지 마련과 먹을 것을 지원해 생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끊겼다. 그 이유는 전단지 비용 마련을 위해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안중화력발전소에서 일을 한 것이 소득으로 잡혀 수급자에서 제외돼 방을 비워줘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 송씨는 일해서 번 돈으로 8월초에 현수막 100장을 만들어 걸었지만 이번 태풍피해로 인해 모두 못쓰게 되어 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 몸이 아픈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안하고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딸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차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다보면 딸이 옆에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살아있으면 연락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송씨는 13년 동안 8차례 전단지를 수정하며 한 달에 3~4천장의 전단지를 쉬지 않고 붙였으며 SBS '현장21', CH view '추적르포 사라진 가족', OBS, MBN뉴스, MBC, 조선TV에 사연을 방영해 딸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지금 송길용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많은 제보일 것이다. 필자가 바라본 송씨의 많은 눈물과 한숨은 딸을 향한 그리움이자 딸을 위한 아버지의 너무도 깊은 사랑이었다.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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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용씨, "딸이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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