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남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평택시 이충동에 사는 김태련(69)씨는 요즘 배움에 대한 설렘과 보람에 가득 차있다. 지난 2009년 백내장 수술 후 오른쪽 눈을 실명해 시각장애 4급인 김 씨는 현재 비전동에 위치한 에바다장애인학습센터(월·화·목·금)에서 고등부 공부를 하고 있으며 평택시 중앙동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사회교육 프로그램인 '시와 문학' 교실을 통해 목요일 마다 문학을 배우고 있다. 또 월·수·금요일에는 합정동 평택시장애인회관 컴퓨터 교실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등 공부 재미에 푹 빠져 있으며 일주일에 1~2회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수원생명의전화'에서 자살위기 상담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과 계속되는 불운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생각을 접어야 했다. 경북영덕에서 1남 8녀 중 4째로 태어나 14살 되던 해에는 갑작스럽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초등학교 졸업 후 더 이상 진학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친인척의 도움으로 서울에 올라와 살게 되었으며 김 씨는 어머니와 동생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병원,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다. 19살 되던 해에는 다시 한 번 공부에 대한 꿈을 피워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공부할 수 있는 야간중학교를 선택하게 되지만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던 4·19 혁명에 가담한 학생으로 인해 학교는 문을 닫게 되고 또 다시 공부에 대한 꿈은 멀어지고 말았다.

 이후 결혼을 해 아들 둘, 딸 둘을 낳았지만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어렵게 살게 되었다. 그러다 지난 92년 평택에 살고 있는 동생들의 도움으로 평택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김 씨의 어려운 사정을 아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평택역 앞 버스충전소를 운영하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였다. 2009년에는 오른쪽 눈 실명과 함께 AK백화점 입점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낸 김 씨에게 공부는 유일한 위안이자 따뜻한 손길과도 같았다. 2009년 평택남부노인복지관을 처음 찾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문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눈은 잘 안보이지만 교육을 맞고 있는 배두순 선생님의 도움으로 시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시를 배우고 6개월이 되지 않아 2009년 평택남부노인복지관 문집 12월호에 기제 된 '아버지 산소에 가는 길'을 싣게 되었다. 자신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생활시를 쓰고 있는 김 씨는 이 시에서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을 맡아 힘들게 살아오면서 어렸을 때 느꼈던 아버지 품의 따뜻함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2011년 에바다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길라잡이에 실린 '나의 친구 흰지팡이'는 갑작스러운 오른쪽 눈 실명으로 인해 김 씨가 항상 가지고 다녀야하는 '흰지팡이'를 의인화해서 표현하였다. 시 이외에도 김 씨는 2010년에는 67살의 나이에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를 찾아 중학교 과정 공부를 시작하였으며 배움에 대한 즐거움은 커져만 갔다. 그 다음해인 2011년에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큰 기쁨을 얻었다.

 김 씨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 씨는 시인으로 등단, 정식 시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또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위치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심리상담 치료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김 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에 있다. 누가 봐도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자신의 소박한 꿈을 위해서 또 이웃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김 씨는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자 멋진 평택사람이었다. 김 씨의 작은 소망과 꿈들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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