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흙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저의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일은 아이들 남편을 만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이며, 그다음으로 미류공방을 통해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하순천 도예가(50)의 얼굴에는 동심의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순수한 웃음과 미소가 있었다.

 지난 12일 진위면에 위치한 미류공방을 방문해 하순천 도예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도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결혼 후 서울에 살던 하 도예가는 10년 전인 2002년 가을 직장에 다니던 남편이 송탄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평택시 진위면에 이사를 오게 되었다. 도예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아이 둘을 키우며 주부로 살아온 하 도예가는 가정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내놓을 밥그릇과 반찬그릇을 직접 만들어 보려는 평범한 주부의 생각으로 진위면 미류공방을 찾았다. 딱 2개월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공방을 알아보던 차에 사람들의 평이 좋았던 미류도예공방에 문을 두드리면서 되었고, 하루하루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우고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흙에 생명을 불어 넣어 작품을 만드는 일의 즐거움과 자신의 작품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운명처럼 도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 도예가는 지금도 흙을 만질 때 설렘을 느낀다. 지금까지 만든 많은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애장품으로는 등잔을 꼽는다. 자신이 만든 등잔으로 전깃불 대신 다락방의 어두운 곳을 밝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게 될 때 소소하지만 작은 감동을 느낀다.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주물러대는 흙이 때로는 등잔이 되고, 때로는 주전자가 되고, 때로는 찻잔이 되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작품이 되고 작품 하나하나가 모여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 전시회와 지인을 통해 저의 작품을 구매하시는 분들과 열심히 만든 작품을 이웃들에게 선물 할 때 이웃들이 작품을 예쁘게 봐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도예가로서 가장 큰 행복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작품을 해야 하나 구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 하 도예가는 혼자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긴다. 드라이브를 하다가 도착하는 곳에서 작품의 힌트를 떠올린다고 한다. 무작정 떠난 드라이브의 끝은 바닷가가 될 때도 있고, 산이 될 때도 있고, 강이 될 때도 있다.

 지금까지 도예를 할 수 있었던 원천은 사랑하는 가족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었다. 작품에 몰입 할 때는 새벽까지 밤샘작업을 하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가족모두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응원해준 덕분으로 지금까지 지역의 중견 도예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미류라는 공간에서 국제대학교 도예과 박상돌 교수의 가르침과 ‘무슨 일을 하던지 열정을 갖고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배웠으며, 가정주부이자 도예가라는 제2의 인생을 끌어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냥 평범한 주부로 시무룩하게 살 수 있었던 인생에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도예와의 만남으로 전시회도하고 초대전도 하게 되고 너무 행복합니다. 모두들 힘든 시기에 희망을 잃지 마시고 도전하시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도예가로서, 가정주부로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며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열심히 걸어갈 것입니다.”

 “작품들을 보면 나와 닮지 않았나요?” 하순천 도예가의 도자기는 작가의 마음처럼 소박하면서 꾸임 없는 매력을 가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정이 느껴진다. 무언가 열정을 갖고 어떤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남들보다 하나를 더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의미를 느끼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하 도예가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중년의 주부에서 지역의 중견 도예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하 도예가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가 접한 중년의 인생과 열정, 도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문의: 미류공방, 평택시 진위면 봉남리 진위천유원지입구 ☎ 031-611-7753)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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