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오늘도 메모지에 다양한 질감의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1월 30일 최승혁(76) 시인은 자신의 첫 번째 시집 ‘개천둥소리’ 출판식에서 시집 출판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옹달샘은 작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쉼터이다. 소설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이 그중 하나는 저술을 남기는 일이고 또 하나는 자식을 낳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성공을 위해 책을 쓰지 않는다. 다만 훗날 나의 책이 다른 연구자들을 위한 한 권의 참고문헌으로 영원히 살아남아 한 줄 인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최 시인은 1937년 일제 강점기 말기에 평택시 가재동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송탄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생한 6·25전쟁으로 인해 피난길에 올라 학교 교육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3년간의 6·25 전쟁이 휴전되고 최 시인은 배움에 대한 그리움으로 16살 나이에 서울로 올라가 성신중학교(옥수동)와 고등학교를 야간으로 다니며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최 시인은 고향 가재동에 홀로계신 어머님이 걱정돼 학업을 중단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당시 가재리는 전쟁 후 열약한 교육 환경으로 인해 기본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농사짓고 사는 것만이 인정받을 때였다. 최 시인은 어려서부터 마을에 있는 가재리교회를 다니며 이웃사랑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키워왔으며, 교회학교 교사와 속회속장을 맡으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글을 깨우쳐 주는 등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이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최 시인은 80년대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조금씩 실현해 나갔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자주 부르는 복음성가 가사를 스스로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시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시를 썼으며 처음으로 ‘기독교타임즈’에 시를 한편 두편 기고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1998년에는 송탄문학인협회에 등록,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송탄문학’ 시집에 50여 편이 넘는 시를 게재했다.

 그 후 2009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중앙문예지인 월간 시사문단의 엄격한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한 달에 3편씩 시사문단을 통해 사람들에게 시를 선보이고 있으며, 2010년 1월 30일 자신만의 색깔이 오롯이 묻어 있는 ‘개천둥소리’ 시집을 발간하였다. 이러한 열정은 2009년 시사문단 신인문학상, 2010년 제7회 풀잎문학상 본상, 2011년 제6회 빈여백동인문학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최 시인은 전철을 타고 다닐 때에도 문든 떠오르는 시가 있으면 바로 메모지를 꺼내 옮긴다. 또 항상 가방에 자신의 시집을 가지고 다니며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집을 꺼내 웃음과 함께 건넨다. 요즘은 전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없는데 독서를 하는 사람을 볼 때면 시인으로써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자신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시를 쓸 때 마음이 가장 편해집니다. 시를 통해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볼 때 한없이 재미있고 긍정적으로 보게 되며 사람들이 말하는 것, 옷 입은 것, 소소히 지나치는 생활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다양한 질감으로 다가옵니다.”

 최 시인은 “시는 시인의 것도 되지만 독자의 것이라며 자신의 시를 사랑해주는 독자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시를 작성해 나갈 것”이라며 “시 한편에 길게는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작품도 있지만 세상을 저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열심히 창작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다양한 질감의 세상과 사람을 메모지에 열심히 옮기고 있는 최 시인은 우리 곁의 이웃이자 평택을 살찌게 하는 훌륭한 시인이었다.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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