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작은 꿈입니다”

 지난 7일(목) 오후 에바다장애인평생학교를 찾아 뒤늦은 나이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 시각장애 5급 최영순(51)씨를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영순씨의 시력은 오른쪽 눈은 밝고 어두운 것 정도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잃었으며, 왼쪽 눈 역시 안경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심한 원시와 난시로 인해 형체만 겨우 구분할 수 있다. 교정시력 역시 시야가 약 15%정도 밖에 되지 않아 그동안 공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최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고등학교 교육은 더욱 더 적응하기 힘들었다. 요즘에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러한 배려가 전혀 없어 맨 앞줄에 앉아도 칠판의 글씨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두 달 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지막으로 공부를 포기했다. 이러한 아쉬움은 최씨가 살아오면서 이제까지 가슴의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이러던 차에 최씨는 작년 5월 에바다장애인평생학교에서 공부하던 지인의 추천으로 평생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며, 가슴에 응어리진 못다 한 공부에 아쉬움은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점차 발전해 갔다.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책과 문제집은 크게 확대해서 봐야했으며, 잠자리에 들어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용 테이프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또 검정고시를 며칠 앞두고 모르는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윤현수 사무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하는 등 검정고시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항상 에바다장애인평생학교에 등교해 공부하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최씨는 평생학교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교육장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공부하면서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평택시에는 작년 기준 1급 272명, 2급 46명, 3급 84명, 4급 102명, 5급 186명, 6급 1,405명 등 약 2,095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최씨와 마찬가지로 공부하고 싶어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어 가슴에 응어리를 안은 시각장애인들이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의 못 배운 응어리를 풀어 줄 수 있는 평택시의 시각장애인 교육기반시설 구축과 확장이 시급해 보인다.

 최씨는 시각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들에 대한 서러움도 말했다. 계단의 높고 낮은 정도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 계단 손잡이를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움직일 때면 천천히 간다고 뒤에서 윽박지르고, 버스번호 확인이 어려워 바로 눈앞에서만 볼 수 있어 뒤늦게 출발하려는 버스에 타려할 때 일부 버스기사가 무심코 던지는 언성높인 재촉, 장애인들을 위해 도로와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점자블럭에 서서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외출이 두렵다고 말했다.

 최씨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우리 모두가 쉽게 이용하는 목욕탕을 가보고 싶고, 여름철을 맞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나 자동차 등을 운전해보고 싶은 것이다. 또 대학에 진학 해 사회복지를 전공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시각보행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신보다 더욱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17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청교도 작가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은 “맹인이 되는 것은 비참하지 않다. 맹인 상태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비참하다”고 말했다. 최씨가 바라는 작은 꿈, 그리고 자신보다 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꿈들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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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5급 최영순씨 '고졸 검정고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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