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하루 1만원 벌려면 새벽 4시부터 부지런히 파지 주워야”

 모두가 잠든 새벽 유만지(75) 할머니의 일과는 다른 사람 보다 이른 새벽 4시에 시작된다. 할머니는 일어나자마자 무거운 손수레를 이끌고 동네를 돌며 파지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유만지 할머니는 10년 전까지 동네 인근에 있는 한 공장에서 식당일을 하며 지병을 앓아온 할아버지를 돌보며 어렵게 생활해 왔으며, 안타깝게도 4년 전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머니는 퇴근길에 난폭운전을 일삼는 버스 안에서 넘어져 허리 골절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후 3년 정도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해왔다. 하지만 겨울 난방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으로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7년 전부터 파지를 수집하며 조그마한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고질적인 허리통증으로 약을 복용하면서도 힘든 몸을 이끌고 1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발품을 팔고 계신다. 파지와 캔, 깡통,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가능한 이것저것을 수집하기 위해 당신의 몸보다 더 큰 손수레를 끌고 있다. 할머니는 “나를 주기 위해 파지와 재활용품을 모았다가 주는 슈퍼마켓 5곳, 공장 3곳이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필자에게 몇 번이고 말씀하셨으며, 파지를 줍기 위해 왕복 5km도 마다하지 않으신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 필자의 가슴은 너무도 무거웠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파지를 수집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파지를 줍는 사람들이 많아져 한 달에 30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웃주민들의 불만으로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파지와 재활용품에서 나오는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찾아와 항의하기 때문에 할머니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필자는 할머니가 염려돼 끼니마다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묻자 할머니는 “밥은 굶지 않고 매일 매일 잘 먹어. 요즘은 도와주는 곳이 많아서 어디서는 쌀도 주고 어디서는 김치도 준다”며 “쌀이나 김치가 남을 때는 나보다 더 어려운 양반들 도와줄 때도 있어”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방에 들어선 필자의 눈에는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깔아놓은 전기장판이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겨울, 할머니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했다. 또한 한 달 4천원의 난방비가 나왔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다시 필자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한 겨울 강추위만큼의 먹먹함이.

 할머니는 밖에서 파지 줍는 일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을 하다보면 혼자 있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1시간에 걸쳐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필자에게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하며 문 밖에 까지 나와 고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마도 할머니는 할머니에 대한 필자의 작은 관심이 고마운 부분이었을지 모른다.

 필자도 주변을 좀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있고, 또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오늘도 할머니는 당신의 몸보다 몇 배나 더 큰 손수레를 이끌고 파지 몇 장을 더 줍기 위해 5㎞ 길도 마다하지 않고 걷고 계실 것이다. <유만지 할머니: 서탄면 수월암4리 ☎ 662-5514, 후원계좌: 농협 유만지 207034-52-009171>

원승식 서형래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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