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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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흗날 아침. 멀리 족자카르타의 한 호텔 방에서 광복절을 맞았다. 해마다 방학 말미에 떠나오는지라 국경일을 해외에서 맞는 경우가 잦다. 오늘의 주제는 활화산 탐방. 이른 아침나절부터 거리는 오토바이 행렬로 몸살을 앓았다. 감히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과 견줄 수는 없겠으나 거기와 다른 건 다들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 같은 열대권이면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일상이었다. 그나저나 문화관광뿐만 아니라 교육의 중심지로써 자바를 이끌어온 힘은 아무래도 대학에 있다. 족자카르타는 명실상부한 교육도시. 이 나라 최초요 동남아 최대이자 최고인 가자마다대학교(UGM)를 비롯해 대학만 20개가 넘는다는 말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공립학교의 운영비는 국비로 충당하는데 1인당 3,400달러 정도의 GDP를 감안하면 놀랄 일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운동장이 없었고 있다한들 아주 좁다랗다. 교육과정에 대해 물으니 국가에서 지정한 공식 언어에 영어와 아랍어를 가르친댔다. 방과후수업은 개념조차 없으니 당연지사 공교육에 전념하고 우리네처럼 자식교육에 생목숨을 거는 풍조는 없단다. 반면에 영토가 옆으로 기다랗게 뻗어있다고 해도 복잡하게 35분간의 시차를 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5분 단위 시차를 유지하다보면 비행 시각부터 헷갈리는 점이 한둘이 아닐 텐데 말이다.
  
  거리에 늘어선 주택가에는 지저분한 낙서가 흔하다. 집주인들의 신고로 경찰에 꼬리가 잡히는 날이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데도 좀처럼 끊일 줄을 모른다는데, 주목할 건 일을 저지른 젊은이들에게 변상할 능력이 없을 경우 그 책무를 전적으로 부모에게 돌리는 법 규정. 자녀를 잘못 키운 탓이니 연대책임을 묻겠다는 발상이니 합목적적이다. 공안사건을 빼고는 만사를 인권 운운하며 차일피일 미루는 우리네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족자카르타를 오가는 택시는 9개 회사에서 운영하는 총 750. 가이드는 대뜸 바가지요금을 유의하랬다. 직업 선호도는 한국과 대동소이. 이곳 역시 의사, 교사, 공무원, 간호사 순이란다. 한류열풍은 대단했다. 가령 한국의 유명 그룹을 모방만 해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 응당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공연입장권을 발매하기가 무섭게 번번이 매진사례를 빚는다니 익히 알 만한 일. 멈출 줄 모르는 대한민국 드라마의 위세에 사업이나 생활 전선에 뛰어든 교민들이야 썩 든든하겠지만 왠지 철부지들이 벌이는 장난 같아서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궁금증이 발동해 던져본 북한대사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는 대답이 전부. 초록은 동색이라고 김일성과 수하르토가 단짝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임에도 그조차 모른다면 더 보탤 말은 없는 셈이다. 지은 죄가 많아서일까? 생전에 고소공포증에 시달렸던 김일성마저 절친한 동무를 만나기 위해 하릴없이 비행기를 이용했다니 둘이는 남달리 상통하는 바가 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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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911m<머라피 화산>. 2시간 남짓한 오프로드 지프투어는 표고 1,000m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일행을 도운 건 활짝 갠 날씨. 인도네시아의 일기예보는 매번 예측이 무색하다지만 현재 상태는 최적이었다. 가는 길목에 붉은 기와집이 닮은꼴로 늘어섰다. 언뜻 봐도 우리네보다 나은 경관. 부럽게도 가옥 색채에 통일감을 주어 가지런한 풍경이 제자리를 잡은 장면이었다. 가로수처럼 늘어선 커피나무들. 항간에 티크목재로 알려진 수종은 이파리가 크고 겉으로는 물러보였다. 빠른 시일에 생장하는데다 유독 벌레에 강해 다방면에 유용하다는데 해마다 생기는 문양이 무척 곱다고 했다. 여기저기 지천인 바나나 수확기간은 9개월 내외. 그러니 피땀 흘려 일할 이유가 하등 없는 참이다. 놀라운 건 죽었던 수목들이 불과 3~4년 만에 움이 트고 어엿한 나뭇가지를 늘어뜨린다는 것. 바로 코앞의 수풀이 대폭발 뒤 화산재로 뒤덮였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토록 이채로운 풍광을 무자비한 화마가 삼킨 반경은 자그마치 2km 남짓. 그나저나 산간인데도 모기류는 없었다. 본시 여기는 댕기열이나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라서 안심이지만 산중턱 도로를 타고 가는 동안 위험천만한 굴곡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 형편에 잡풀더미를 잔뜩 싣고 마구 내달리는 트럭들. 그 위에 짐짝처럼 아슬아슬하게 매달려가는 여인네들이 안쓰러웠다. 가뜩이나 노면 상태가 불량한 터에 손잡이조차 없이 온몸으로 산바람을 맞은 채 목숨을 내맡기다니 저만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내내 조마조마했다. 놀라운 건 활화산의 정상 부위가 들쭉날쭉 한다는 사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터질라치면 산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유동적이라는 말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울울창창한 잡목 숲. 이게 다 뿜어낸 화산재에 섞인 영양분 덕분이라는데 국토 전역에 이런 활화산이 129개라니 가히 가공할 만하다.
 
다음호(348)에는 인도네시아 기행 네번째 이야기 족자카르타 : 활화산이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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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인도네시아 기행 ‘족자카르타 : 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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