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순 시인
병상 누운 언니
족쇄 달린 걸음걸음
거북같이 더디 가는데
시절은 거침없이 내달려 초여름
언니가 마당 한켠 심어 놓았던 백합
이제 별처럼 도톰한 입술 내밀고
외줄기 순결한 향기 독하게 뿜어내네
탈북 길 올랐던 언니
이념은 사정없이 무너지고
붉은 눈물만 흘렸지
오늘도 언니의 백합
신부마냥 곱게 피어나는데
당신은,
하얀 날개 찢겨 결박당한 채
그늘 속에서 통곡하네.
■ 작가 프로필
최정순 시인은 부친의 삶과 망부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히 배어 있는 <아버지의 망향가·1> <낙엽> <춘란> <그리움> 등 4편의 시로 제 255회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詩>, <홀로 가는 길>이 있다. 최 시인은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현재 평택시 합정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