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여든의 생이 과했던지
관절 마디마디가 시린 어머니
뿌리조차 바짝마른 삭정이같이
앙상한 몸으로 병원길을 나선다
문진하는 의사의 말보다
전신의 통증을 구석구석 들취내며
하소연이 더 많은 어머니
지천명의 자식 앞에서도
진료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한다
어쩌다 함께 먹는 한 끼의 식대도
자식이 눈치채지 못하게
화장실 가는 척 몰래
계산하는 어머니
앞서가는 아들의 뒷꼭지를 보며
머리숱이 휑하다고 하시는 말씀이
당신의 육친 한 곳을 바라보는 듯
출렁출렁 양수羊水의 강을 타고 흐른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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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육친肉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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