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돌부리에 채이고 돌아온 날
발가락이 성났다
세상을 속 시원하게
걷어차지 못한 발은
퇴직이다 명퇴다라는 악성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떨어져
엄살에만 익숙해진다
붉게 멍이 든 발가락
식구수대로 무게를 더해
절구공 같이 짓이겨댄다
세상을 속 시원하게 걷어차 버리고
가출하고 싶은 붉은 날이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