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박미자 시인

황사 때였을 거다
처음 맞은 사춘기가 예사롭지 않게 흔들릴 때
성장을 미루고 있는 욕망들 사이로
몇 번의 씁쓸한 연극이 찾아들었지
속내 감춘 호들갑과
끊이지 않던 맹목의 반항기에 부대껴
그해 봄은 목련보다 더디 왔고
아마도 그 무렵이었을 거다
이성이란 참으로 빛나는 현기증이다
먼 곳의 이국어 같고 예감도 없는 부재증명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봄이 돼서 였을까
그해엔 목련보다 먼저 봄이 왔고
현기증보다 흐린 빛들만이 가슴 속에 머물렀고
그리고 세상의 이성들은 다시 겨울보다도 먼
북쪽마을에서 자기방식의 성장만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날들의 이야기였으며
그 후 지친 걸음으로 다가와 수화기를 들면
그 속에선 늘 바람들의 이별연습이
휑하니 들려오곤 했다

■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한맥문학동인, 시원문학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는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를 냈으며, 현재 평택시 합정동에서 ‘안데르센 마주이야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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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공중전화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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