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나는 작가도 학자도 더구나 환경운동가도 과학자도 아니다. 단지 나는 우리 지역을 가슴으로 사랑하는 시민일 뿐이다. 다음 세대와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모았던 신문과 인터넷 자료들 노트, 그리고 읽었던 책 속의 메모들 그리고 수많은 고민들, 내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사랑을 이제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본문 중에서>

■ 우리 평택의 환경문제 - 평택 미군기지 문제의 실태 ②

<우리 평택의 환경문제 - 평택 미군기지 문제의 실태 ①에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 혜택도 평택에는 주어지지 않는다. 평택-성남 사이 74㎞ 구간은 송탄 미군기지 급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분간 폐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1996년 미군 <튜보스코프파이프라인 서비스>한테 주한미군 송유관 전 구간의 부식 상태를 조사해 달라고 용역을 준 적이 있다. 그 결과 보고서를 보면 충북 제천에서 평택 사이 105㎞ 구간에서 120곳, 안정리에서 송탄 사이 19㎞ 구간에서 10곳, 송탄에서 서울 강남 사이 50㎞ 구간에서 84곳의 송유관이 송유관 두께의 20% 이상 부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탄에서 서울 강남 쪽으로 19.7㎞ 지점에는 송유관 12㎝가 80%나 부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썩은 송유관으로 주한미군과 SK의 기름이 월 평균 104만배럴(약 80만 드럼) 정도 흐르고 있다. 송유관은 두께가 6.4~11.7㎜, 지름이 20~25㎝이며 내구 연한은 30년이다. 주한미군 송유관은 1970년에 설치되었으니까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이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 강남-의정부 사이 46㎞ 구간은 1993년에 이미 폐쇄한 바 있다. 미군이 갖고 있던 이 송유관의 소유권은 1992년 국방부로 넘어왔다. 송유관을 폐쇄할 경우 미군은 대한송유관공사가 운영하는 남북송유관(SNP)을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송탄 미군기지는 진위천변 2만여 평에 토사와 폐아스콘, 건축폐기물 같은 것을 80년대 중반부터 15년 넘게 불법 매립해왔다. 그 양은 2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보도와 민원이 계속 일자 평택시와 환경부가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미군은 보란 듯이 대낮에 불법 행위를 계속했다. 1996년 평택시는 미군부대시설 공사를 하면서 건축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한국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 뒤로 1999년 6월에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확인했지만, 미군 관계자에게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게 고작이었다. 'K-51 시설대' 옆에는 철근 뼈대가 드러날 정도로 부러진 전신주가 즐비하게 땅 속에 묻혀 있다. 금각2리 쪽으로도 건축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00년 10월 한 언론이 또 보도하자, 비행단 부단장은 마지못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미군의 이런 불법 행위를 법에 따라 처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SOFA가 불평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군은 오만할 대로 오만하고 지자체를 비롯한 한국정부의 의지는 약할 대로 약하기 때문이다.

 진위천에서 회화리 쪽 둑에 올라서서 미 공군기지를 바라보면, 미군이 불법으로 쌓아 놓은 건축 폐기물 더미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은 흙으로 위장했지만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좌우로 2㎞나 쌓아 놓은 이 건축 폐기물이 묻혀 있어, 비만 오면 큰 구멍이 뚫릴 정도로 흙이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평택시는 고발도 못하고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 통보할 뿐이다.

 송탄 미군기지 정문에서 미군기지 담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1㎞정도 가면 작은 굴다리를 지나 구장터에 닿을 수 있다. 구장터는 말 그대로 옛날 장터라는 뜻이지만, 옛날 장터였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송탄에서 가장 뒤떨어진 동네가 돼 버렸다.

 이 마을에는 6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호박이나 오이를 기르는 비닐하우스가 미군기지 담장에 죽 붙어 있고, 항공기 착륙 유도등이 1㎞ 가까이 이어진다.

 10년 전만 해도 기지 안에만 있던 유도등은 어느 날부턴가 기지 밖까지 이어졌다. 그러자 밤에도 동네가 환해지는 바람에 북극에서 볼 수 있다는 '백야'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활주로 반대편 끝 황구지리 쪽 논에도 나타났다. 농작물조차 밤잠을 설쳐 소출도 다른 곳에 비해 20~30%는 적다.

 미군 비행기는 짧게는 2, 3분 간격으로 지붕 바로 위로 스치듯 뜨고 내린다. 이때 나는 폭음과 폭풍 그리고 내려앉은 비행기가 공회전하면서 내는 굉음과 엄청난 배기가스 때문에 구장터 주민들은 평택에서 가장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뜨고 내리는 대형 비행기들이 내는 굉음은 구장터만이 아니라 송탄 전체를 뒤흔들어 놓는다. 1, 2분에서 4, 5분까지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로 요란한 굉음을 내는 미군 비행기는 심하면 밤 12시까지도 뜨고 내린다. 사람들은 주위 환경에 쉽게 적응해가며 사는 탓인지 이곳에 오래 사는 사람들은 별로 느끼지도 못한다.

 물론 TV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전화 통화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신경도 날카로워지지만, 구장터 주민들이 집단으로 종합건강진단을 받아본 적은 없다. 그러나 신경쇠약이나 노이로제,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송탄 미군기지에는 소형 전투기들부터 시작해 정찰기, 매항리까지 날아가 폭탄을 쏟아 붓고 돌아오는 A-10이나 F-16폭격기, 각종 헬기와 소송기, 심지어 여객기까지 뜨고 내린다. 

 조종사나 비행기에 따라 높낮이가 약간씩 다르지만, 하도 시끄러워 못 참겠다던 동네 사람들이 비닐하우스 쇠파이프를 장대처럼 세워 비행기 고도를 높인 적도 있다. 1996년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공동대책위원회>와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탄 미군기지 주변의 최고 소음이 가장 높은 96㏈로 나타났다. 대구 A-3 비행장 주변 지역의 최고 소음도는 87.4㏈, 의정부 78.4㏈, 춘천 82.0㏈, 인천 68.8㏈, 군산 94.1㏈, 부산 78.4㏈이었다. 일반 주거 지역의 소음도 환경 기주치는 주간의 경우 50~55㏈ 야간은 40~45㏈이며, 도로의 경우 주간은 65㏈, 야간은 55㏈이다. 소음도가 85㏈ 이상이면 심장 기능 장애와 청력 장애, 평행력 교란, 두통 증세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장터에서 진위천 둑으로 올라서면 둑 아래 낚시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오른쪽으로 2㎞만 가면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그곳은 1급수로 물이 정말 깨끗하다. 그러나 왼쪽으로 100m만 가면 또 하나의 미군 배수구가 있다. 코를 찌르는 오폐수는 진위천으로 그대로 쏟아져 내린다. 이 배수구는 황구지리 석유똘과는 달리 이따금씩 바짝 마르기도 한다. 언론에 몇 차례 보도가 되고, 다른 언론도 취재하러 몰려오고 해서 곤란해질 것을 걱정하는 미군들이 무순 수를 쓰는 모양이다. 냇물처럼 콸콸 쏟아지던 오폐수가 어떻게 며칠에서 몇 달씩 한 방울도 안 내려올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 다음호(276호)에서는 <나는 다시 시작했다 - 평택 시민의 환경 개선을 위해>가 이어집니다. 시민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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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근 시의원의 '소리없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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