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의 계절을 가르는 철새
‘왜가리·해오라기·꾀꼬리·되지빠귀’ 기후 변화 심각성 알려 주는 지표종… 환경 건강성 가늠하는 신호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배다리생태공원은 산책로와 마을숲, 실개천과 저수지가 어우러진 작은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이곳에는 해마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철새들이 찾아와 생명의 이야기를 이어 간다.
푸른 숲과 시원한 실개천을 찾은 여름새들은 한여름의 노래를 들려주고, 먼 곳에서 추위를 피해 날아든 겨울새들은 배다리 전역에서 휴식과 먹이를 얻는다. 봄과 가을에는 이동길에 오른 철새들이 잠시 머물며 아쉬움을 달랜다.
특히 왜가리, 해오라기, 꾀꼬리, 되지빠귀 같은 새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려 주는 지표종이다. 그들의 도래는 단순한 계절 손님이 아니라,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신호다. 마을숲과 실개천, 함양지와 배다리저수지는 철새들에게 먹이와 보금자리를 내어 준다. 그 속에서 산새·물새들은 곤충과 물고기를 쫓고, 숲과 풀밭을 오가며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 낸다. 시민들은 그들의 날아오르는 날갯짓과 울림 있는 울음소리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그리고 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배다리의 소중한 가치를 마음 깊이 새기게 된다.
1. 철새란?
혹독한 추위를 피해 배다리습지를 찾은 겨울새, 큰기러기(2023.12.1. 배다리저수지)
철새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먹이와 번식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를 말하며, 번식지와 월동지를 번갈아 왕복한다. 먹이나 번식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이동하는데, 여름새의 경우 봄에 북쪽으로 이동해 번식하고, 겨울새는 혹독한 추위를 피해 먹이가 풍부한 따뜻한 남쪽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겨울을 난다.
2. 자연생태계에서 조류의 위치
산수유 열매의 산포에 도움을 주는 물까지(2023.1.6. 배다리마을숲)
자연생태계에서 새는 먹이사슬의 포식자이자 피식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며, 꽃가루받이와 종자 산포를 돕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경쟁과 포식 등 조류의 생태적 지위는 종에 따라 둥지를 트는 장소, 먹이 종류, 번식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며, 조류의 존재는 생태계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3. 새가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
배다리에 남아 땅속 숨은 곤충 먹이를 찾는 후투티(2024.1.12. 배다리산책로)
영국의 한 연구팀에서 조류의 역할을 종합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조류는 식물을 먹는 곤충의 수를 조절하고 식물의 피해를 막아 성장을 도우며, 숲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 궁극적으로는 기후 변화를 완화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적 중요성이 과소 평가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4. 철새가 갖는 특별한 의미
겨울새들에게 휴식과 먹이터를 제공하는 배다리습지(2022.1.31. 배다리저수지)
생태계에서 철새는 먹이사슬의 균형 유지, 식물 번식 촉진, 질병 확산 방지, 그리고 생태계 변화 지표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철새의 이동과 번식은 특정 지역의 생태계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며, 이들의 개체수와 이동 경로지, 번식지와 서식지 보호는 곧 생물다양성 보전과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다.
5. 기후변화와 철새 보호의 중요성
이동성, 번식지와 월동지, 주요 이동 경로의 특징을 지닌 큰고니(2025.1.26.배다리저수지)
계절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한 지역에서 사계절을 모두 보내는 텃새에 비해 철새는 이동성, 번식지와 월동지, 주요 이동 경로의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해수면 상승, 먹이 자원의 변화 등을 초래해 철새의 서식지를 줄이고 번식에 어려움을 준다. 논 습지 보호, 갯벌 보존, 도심 속 습지 보존 활동 등 철새 보호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6. 생명 흐름의 전달자, 철새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서해안 습지를 거쳐, 동남아까지 이동하는 마도요(2005.3.19. 아산만)
새는 자연의 조율자이자 생명 흐름의 전달자라 할 수 있다. 오리와 기러기류에 속한 철새는 국경을 모르는 존재로, 봄에는 북쪽에서 번식하고 가을이면 남쪽으로 날아가 겨울을 난다. 어떤 새는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한국의 습지에서 먹이를 먹고 다시 동남아까지 이동한다. 이렇게 철새는 대륙을 오가며 서로 다른 생태계를 이어 주는 생명 흐름의 전달자이다.
7. 철새는 ‘환경 경고등’
오리류를 중심으로 많은 수조류가 찾는 배다리습지(2023.1.28. 배다리실개천)
철새는 또 하나의 ‘환경 경고등’이다. 철새의 수가 줄거나 이동 경로가 바뀌는 것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갯벌이 사라지면 도요새가 줄고, 강과 습지가 오염되면 청둥오리나 기러기가 지나치거나 떠나간다. 철새는 행동을 통해 “이제 지구를 지켜야 할 때”라고 간절하게 전하고 있다.
8. 철새 한 종을 맞이한다는 것
배다리실개천에서 집단으로 목욕하는 밀화부리(2022.10.5. 배다리실개천)
후투티와 밀화부리, 청둥오리와 큰기러기 같은 철새는 우리 삶에 계절의 변화를 알려 주는 소중한 손님이다. 배다리에서 기러기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실개천에서 목욕하는 밀화부리의 모습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음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선물이다. 철새를 맞이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 한 종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새가 건너온 수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9. 배다리마을숲의 철새
겨울이면 배다리마을숲을 찾는 노랑지빠귀(2023.1.9. 배다리마을숲)
배다리를 찾는 50여 종의 산새와 물새 중에서 여름을 전후해 만나는 후투티, 뻐꾸기, 꾀꼬리, 되지빠귀 등은 마을숲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여름새이고, 쑥새, 되새, 상모솔새, 개똥지빠귀 등은 가을부터 봄까지 볼 수 있는 겨울새다. 지금까지 개체수나 종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특별히 뻐꾸기·꾀꼬리·되지빠귀는 국가 기후 변화 지표종으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10. 배다리습지의 철새
여름새이지만 연중 배다리에서 관찰되고 있는 해오라기 성체(2022.3.27. 배다리저수지)
배다리습지에서 만날 수 있는 20여 종 이상의 수조류 중 물닭, 쇠오리, 대백로, 청둥오리, 큰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 대부분은 겨울새이며, 쇠물닭과 개개비는 여름철에 만날 수 있는 여름새에 속한다. 이 가운데 쇠물닭, 쇠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청둥오리는 국가 기후 변화 지표종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