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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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평택한방병원 대표원장

여성의 삶에서 매달 반복되는 생리(月經)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와 함께 찾아오는 생리통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통의 시간으로 인식된다. 통증은 개인차가 크고, 어떤 이에게는 하루 이틀 앓고 지나가는 정도일 수 있으나, 또 다른 이에게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을 수축시켜 통증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진통제나 피임약 등이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이 생리통을 단지 통증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기혈의 흐름, 오장육부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치료의 방향을 설정한다.


한의학에서는 생리통을 ‘통경(痛經)’이라 하며, 통증의 양상, 시기, 동반 증상에 따라 그 원인을 다양하게 진단한다. 가장 흔히 언급되는 원인은 기혈(氣血)의 울체이다. 쉽게 말해 기운과 혈액이 순조롭게 흐르지 못하고 어느 한 곳에 정체되거나 막히게 되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간(肝)의 기운이 울결되기 쉬운데, 간은 한의학적으로 혈을 저장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므로 간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리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기 쉽다. 이를 간울기체형(肝鬱氣滯型)이라 하며, 이 경우 복부 팽만감, 가슴 답답함, 감정 기복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자궁에 영향을 미쳐 통증을 유발하는 한습응체형(寒濕凝滯型)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이 경우 통증이 냉증을 동반하거나, 따뜻한 찜질을 할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평소 몸이 차거나, 날씨에 비해 얇게 입고 다니는 습관, 찬 음식이나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반대로 열이 쌓이거나 염증성 질환과 연관된 실열형(實熱型) 생리통도 있으며, 이 경우 생리혈이 진하고 덩어리가 많으며, 생리 기간 동안 얼굴이 붉어지거나 갈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료는 진단된 체질과 몸의 상태에 따라 침, 뜸, 한약 등을 활용하여 이루어진다. 예컨대 기혈이 막혀 생기는 생리통에는 기혈의 순환을 돕는 침 치료가 효과적이며, 자궁의 냉기를 제거하기 위해 복부에 뜸을 뜨는 치료도 효과적이다. 한약은 환자의 체질 및 몸 상태에 맞춰 처방하게 된다. 한약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혈의 흐름을 조절하고 자궁의 기능을 조화롭게 하여 근본적인 개선을 도모한다. 특히 반복적이거나 만성적인 생리통의 경우, 꾸준한 한약 복용을 통해 월경 주기의 균형을 회복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생활 습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생리 기간 중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며, 찬 음식과 음료는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 특히 가벼운 걷기와 러닝은 기혈의 흐름을 도와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식이요법으로는 생강차, 대추차, 계피차 등이 추천되며, 이는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너무 과로하거나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간과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은 회복에 필수적이다.


한의학은 생리통을 단순한 통증이나 생식기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월경은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로, 신체 내외의 다양한 균형과 조화를 반영하는 지표이다. 그러므로 생리통은 단지 진통제로 억누를 문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경고이자 회복을 위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악화될 경우, 그 원인을 찾아 체질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회복하고 내 몸의 흐름을 섬세하게 감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생리통을 단순한 고통이 아닌,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은 그 길 위에서, 오랜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24년 4월부터 생리통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대상 질환에 포함되었다. 진통제나 피임약 등의 복용이 꺼려지고, 한약 치료가 효과적임에도 비용으로 고민이 되었던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의 비용 부담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듦에 따라 생리통 치료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적극 치료하여 생활의 질을 높이고 건강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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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생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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