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1(토)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새의 눈물인 줄 알았는데 설익은 열매였다


새가 울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찻잎을 다듬는 종부의 손이 작고 검었다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에

구름이 들어차 눈물방울로 떨어졌다


툇마루를 쓸다 간 햇볕이 숨 고르는 고택

나이테가 벗겨진 기둥에 모시 자락 날리는 소리가

문살을 얌전히 건너오면


헛기침 신호에 맞춰

물을 긷는 물앵두


새 울음이 뒷산 메아리로 샘터에 내려오면

샘 물결이 종부의 작은 손등에 와 닿았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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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물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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