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기후변화와 조류다양성의 변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우리 고장 생물다양성 분포 변화 감시·예측할 수 있는 지표

온실효과로 데워진 지구와 급격한 주변 환경의 변화는 생태계는 물론이고 생물다양성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철새와 같이 번식지와 월동지 간의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조류의 생존에 적잖은 영향을 주며, 생존을 위해 먹이를 구하고 번식과 휴식을 위해 다양한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급격한 서식지 변화로 이어지면서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의 경우만 해도 기후변화로 넓적배사마귀와 같은 예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종이 다수 출현해 우점종의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그 반대로 이곳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종도 있어 이들을 하나로 묶어 지표화해 쉽게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생물지표종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속해서 생물다양성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은 지역 환경의 질적 상태를 밝히는 척도가 됨은 물론이고 우리 고장 생물다양성의 분포 변화를 효과적으로 감시·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 기후변화 예측에 유리해 중대백로 대신 새롭게 교체된 황로(2009.5.4 진위면 마산리)
기후변화 지표종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변화를 파악하고, 생물의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조사·관리가 필요한 생물종이다. 2010년 7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구상나무 등 100종을 지정한 바 있다. 그 후 2017년 12월 그리고 2024년 9월에 관찰과 구별이 쉽고, 기후변화 예측에 유리한 이동성이 뚜렷한 종을 새롭게 반영하였다.
2. 배다리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되지빠귀
▲ 2024년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에 포함된 되지빠귀(2022.5.2 배다리마을숲)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에 속하는 조류는 2010년부터 계속 18종이 유지되고 있으나 2017년 이후, 7년 만에 새롭게 갱신된 2024년 명단에는 일반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거나 접근에 제약이 있는 중대백로 등 4종이 제외되고 황로, 되지빠귀, 대륙검은지빠귀, 노랑배진박새 등 기후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식별이 쉬운 종으로 교체되었다.
3. 배다리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동박새
▲ 최근 평택에서 자주 관찰되고 있는 기후변화 지표종 동박새(2023.12.23 배다리마을숲)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 중 배다리생태공원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조류는 꾀꼬리, 동박새, 되지빠귀, 붉은부리찌르레기, 뻐꾸기, 쇠물닭, 쇠백로, 왜가리, 제비, 청둥오리, 해오라기 등 모두 11종으로 전체 18종 중 60% 넘는 종이 도심 속 배다리에서 텃새 혹은 철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박새는 최근 배다리는 물론 주변 아파트 화단에서도 계속 관찰되고 있다.
4. 희귀조류 붉은부리찌르레기가 찾아드는 배다리
▲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붉은부리찌르레기(2022.3.12 배다리저수지)
붉은부리찌르레기는 2010년 7월 환경부가 지정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에 선정된 종으로 구상나무, 금강모치, 넓적배사마귀 등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생물종 분포 변화를 감시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관찰되고 있는 7종의 찌르레깃과에 포함된 종들은 고도로 발달한 발성기관을 갖고 있어 울음소리가 아름답다.
5. 멸종위기에 몰린 제비
▲ 2차 번식을 위해 진흙과 건초 등의 둥지 재료를 입에 문 제비(2010.7.3 비전동)
마을에서 개나리, 산수유와 함께 봄의 전령사로 불리던 제비가 기후변화와 서식지의 환경변화로 인해 그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기후변화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 중 하나로 포함되었다. 주요 월동지는 필리핀이며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나는 여름철새지만, 배다리습지에서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것을 번식기 때에 확인할 수 있다.
6. 텃새화 과정에 있는 청둥오리
▲ 점진적으로 텃새화 과정을 밟고 있는 청둥오리(2023.3.6 배다리저수지)
생물의 활동, 분포, 개체군 크기 등 기후변화가 야생조류에게 미치는 영향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들이 계절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북쪽에서 번식하고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오는 겨울철새 오리류 중에서 흰뺨검둥오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수가 텃새화 되었다면, 청둥오리는 텃새화 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지정되었다.
7. 기후변화로 떠나지 않는 철새들의 텃새화
▲ 대표적인 여름새이지만 기후변화로 텃새화된 쇠물닭(2023.1.28 배다리저수지)
쇠딱따구리, 쇠박새, 쇠오리, 쇠백로 등 동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쇠’는 원형에 비해 크기가 작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오리류 중에서 제일 작은 오리가 쇠오리이고, 백로류 중에서 쇠백로가 가장 작은 편이다. 배다리를 포함해 평택호물줄기 전역에서 겨울이면 만날 수 있는 물닭보다 조금 작은 종이 여름새인 쇠물닭인데 언제부터인가 텃새가 되어 겨울에도 만나고 있다.
8. 배다리저수지를 무리 지어 찾는 해오라기
▲ 여름새이지만 배다리저수지에서 활동 중인 해오라기 무리(2024.12.6 배다리저수지)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은데 방향을 잡지 못해 혹 망설인 경우가 있다면 주변의 기후변화 지표종부터 시작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의 경우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 중 11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여름철새인 해오라기는 주변 마을숲에서 백로, 왜가리와 함께 번식을 마친 후 배다리저수지 안쪽 수위가 낮은 곳에서 무리 지어 휴식을 취한다.
9. 생태계 내 야생조류의 역할
▲ 배다리 습지에서 먹이활동 중인 기후변화 지표종 왜가리(2024.5.4 배다리저수지)
곤충의 개체 수 조절, 꽃가루 매개자, 종자의 확산 등 야생조류가 생태계의 일원로 하는 역할 중 기후변화 지표의 역할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여름새인 왜가리와 후투티가 배다리에서 눈에 띄는가 하면 겨울새인 흰뺨검둥오리와 민물가마우지는 연중 마치 텃새처럼 배다리의 정겨운 식구가 되었다. 야생의 새를 통해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0. 평택시 시조도 기후변화 지표종
▲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에서 번식 중인 쇠백로(2005.4.17 백로서식지)
‘참나무’란 이름이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통틀어 부르듯이 평택시를 상징하는 시조(市鳥) 백로 또한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등의 백로류를 통틀어 지칭하는 말로, 이들은 왜가리, 해오라기와 함께 사다새목 왜가릿과에 속한 여름 철새다. 이들은 번식지에서 함께 모여 번식을 한 후 가을이면 동남아 쪽으로 돌아가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상당수가 텃새화 과정을 밟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