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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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2001년 1월 12일부터 SBS가 ‘대국민 약속’으로 시작한 장수프로그램에 ‘물은 생명이다’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이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원인 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물 자원과 인간의 생태환경을 지키는 방안을 20년 이상 고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이 기본 명제가 배다리에서 오랫동안 외면된 사례가 있어 글과 사진으로 딱한 사정을 전한다. 이화하수처리장의 설비 교체 공사로 물 공급의 중단은 불가피한 사실이나 배다리생태공원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본 인식의 부족으로 기존 생태계의 단절은 물론이고 10여 년 가까이 점진적으로 형성된 소생태계가 생물다양성의 중심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물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그 자체가 생명이며,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언제쯤이나 알 수 있을지 시민들과 함께 그저 답답함이 앞선다.


1. “생물과 공존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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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공원 선포식 이후 지금까지 저수지 주변에 걸려있는 현수막(2024.12.7 배다리저수지)

 

사람 중심의 생태를 바라보는 인식에 한계가 있다면, 아무리 생태공원선포식을 한다고 할지라도 생태계의 건강성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거나 되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함양지와 실개천 재이용수 유입이 중단되어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본 산책객들에게 “생물과 공존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주세요”라는 현수막의 문구가 어떻게 전해졌을지 의문이다.


2. 생명줄이 끊어진 실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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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같이 평온해 보이기만 한 배다리 실개천의 겨울 전경(2024.12.7 배다리실개천)

 

이화하수처리장의 기계 수리로 인한 재이용수 유입의 오랜 중단은 외형적으로는 어떤 문제도 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지금까지 배다리의 물순환체계에 익숙한 주변 주민들은 물론이고 10여 년 동안 수환경에 의존해 왔던 주변 생태계는 당황함을 넘어 보금자리인 서식지를 잃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는 종의 경우는 전체가 몰살되는 처지에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3. 모질게 이어왔던 생명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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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긴 생명력을 보였지만 재이용수 중단으로 죽음에 이른 구피류(2024.12.8 배다리실개천)

 

배다리를 찾는 많은 가족이 관심을 두고 즐기는 것 중 하나가 실개천과 함양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구피이다. 열대어가 살 수 있는 최저 온도가 22℃인 것을 고려하면 겨울을 나야 하는 그들에게 넘지 못할 일이지만,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적응에 적응을 더하여 현재까지 왔다. 그렇지만 재이용수 중단으로 바닥이 드러난 극한 상황에서 영하의 추위까지 더해 죽음에 내몰리게 되었다.


4. 삶의 터전을 잃은 잠자리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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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장수잠자리, 나비잠자리, 고추잠자리 등이 함께 했던 함양지(2023.7.25 배다리함양지)

 

배다리생태공원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동식물 하나하나가 모여 생물다양성의 근간이 되며,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배다리의 풀꽃과 나무꽃, 나비와 잠자리 물새와 산새 등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여러 종이 있지만, 바닥까지 완전히 드러난 재이용수 중단은 유충(수채)으로 겨울을 나는 잠자리 무리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5. 함양지에서의 서식이 불분명한 왕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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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배다리습지를 찾아 보금자리를 이어가던 왕잠자리(2023.8.7 배다리함양지)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잠자리 중 최대 종은 몸길이 100mm 전후의 장수잠자리이고, 가장 작은 잠자리는 18mm 정도의 꼬마잠자리이다. 아이들에게 최고 큰 잠자리로 알려진 왕잠자리는 대형 잠자리에 속하며, 타고난 사냥꾼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함양지의 지배자가 되어 번식을 이어가던 이들 또한 앞으로는 함양지에서의 서식이 불분명한 상태이다.


6. 담수무척추동물의 완전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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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실개천에 자리를 잡아 큰 무리를 지어 살아가던 말조개(2024.5.4 배다리실개천)

 

담수무척추동물은 하천이나 저수지 같은 민물에 사는 무척추동물을 이르는데 일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물속에서 보내며 건강한 하천생태계를 이끄는 작은 무리이다. 배다리습지에서 겨울을 나는 말조개, 왕우렁이, 물달팽이 등이 완전 폐사에 이르렀고, 생활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물속에서 보내는 물자라와 잠자리의 유충 등의 수서곤충 또한 같은 처지에 놓였다.


7. 배가 발인 복족류의 폐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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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실개천 하류쪽에서 확인된 복족류의 폐사체(2025.1.29 배다리실개천)

 

매해 2~3월이면 농촌 지역의 농업용 수로에서나 볼 수 있는 조개(펄조개, 말조개 등)의 집단폐사가 물순환체계를 바탕으로 설계된 실개천에서도 두 달이 넘는 장기간의 재이용수 중단으로 이들 또한 집단폐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배가 발인 복족류는 연체동물문의 하위분류로, 배다리실개천 하류에서 다수의 말조개와 물달팽이, 왕우렁이 등이 폐사체로 확인되었다.


8. 금개구리까지 미칠 수 있었던 물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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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도 실개천에 모습을 드러낸 금개구리, 물자라, 물달팽이 등(2024.6.12 배다리실개천)

 

배다리실개천은 저수지와 함께 국가보호종이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Ⅱ급인 금개구리의 집단번식지가 있는 곳이다. 보통 주변 개구리의 경우 흙 속이나 깊은 물 속에서 겨울을 나곤 하는데 물이 깊지 않은 곳이라 혹 다행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물 공급이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번식기를 맞은 멸종위기 양서류에게 크나큰 생태적 재난이 올 수 있었다.


9. 평택시를 향한 어르신들의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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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에게 생태공원의 생물을 지켜달라고 홍보했던 현수막(2024.11.18 배다리함양지)

 

많은 양의 공기를 공급해 미생물을 증식시켜 하수 중에 포함된 유기물질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의 포기조 교체 공사로 재이용수 유입의 중단이 있고부터 함양지와 실개천을 오가는 어르신들의 원성을 자주 듣게 되었다. 실개천을 대표하는 구피를 죽게 만든 것부터, 살아있는 함양지의 물고기를 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을 옮겼다는 등 원망의 소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0. 하드웨어의 고장이 아닌 인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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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과는 달리 2월 19일에야 재이용수가 공급된 함양지(2024.12.28 배다리함양지)

 

배다리를 이용하는 많은 산책객에게 물은 단순한 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안내 현수막 한 장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말 없는 다수의 궁금함을 대신해 평택시청 하수과에 문의하였다. 결과는 포기조의 수리로 이르면 1월 16일에 공사를 마칠 수 있고, 1월 말까지는 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2월 17일부터 유입을 하겠다고 또 다른 현수막이 걸렸고 2월 19일에야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하려고만 든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하는데, 생태계의 소중함을 외면하는 인식의 차이는 언제쯤이면 좁힐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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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재이용수 유입이 배다리에 중단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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