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5(일)
 


정재우 칼럼.JPG
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옵니다” 지하철 역사 내 조그만 점포에 걸린 문구를 보았다. 그렇지, 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면,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면 봄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리라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폭설이 내렸다. 새벽 일찍 나서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서울 가는 고속버스 정차장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눈보라를 헤치며 5분 거리를 20분이나 걸려 정류장에 도착했다. 겨우 시내버스를 탔다. 


입춘에 찾아온 한파와 폭설은 아직 봄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신호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형편도 아직은 봄을 기대하긴 이른 걸까? 하지만 우리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봄은 우리 곁에 금세 다시 찾아올 거다. 


살다 보면 주변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사연을 접하게 된다. 지난 주간에 후배의 아들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잘 알지를 못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훈훈한 사연은 온기처럼 퍼져나가 봄을 재촉하면 좋겠다. 그 사연을 기록한 아빠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얼마 전 딸을 재우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학교를 입학하는 딸에게 오빠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기 책상을 샀는데 그 책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피규어를 장식해 둔 것을 오빠가 자꾸 와서 건드려 화가 난 상태였습니다.


- 아빠! 오빠가~ 자꾸 내가 잘 정리해 둔 걸 흩트리고 망가뜨려요!

- (중략)

- 은서야, 조금은 정확하게 말해주는 게 필요할 거 같아서 이야기하는 건데 너도 알겠지만, 오빠는 조금 아파. 아파서 그러는 거야.

- 어디가 아픈데? 

- 마음이랑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네. 

- 마음이랑 머리가 어떻게 아픈데? 

- 음... 은서 친구 중에 동생 있는 친구 있지? 그 동생이 아직 3살인가 4살이잖아? 

- 응

- 오빠는 이제 10살이지만, 마음이랑 생각은 3살 동생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오빠는 마음이 조금 느리게 자라는 병을 가지고 있는 거야. 느리지만, 자라기는 하는데 은서보다는 느린거지.

- 그럼, 내가 언니야?

- 몸은 은서가 동생이지만, 마음은 이미 은서가 누나에 가깝다고 봐야지.

- 아~ 그래서 내가 친구랑 놀 때 친구 동생 ○○이가 우리 장난감 막 뺏어가고 그랬는데, 오빠랑 비슷했어! 

- 응응 그래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돼. 오빠는 은서를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기들처럼 은서 마음을 읽을 줄을 아직 몰라서, 아기처럼 행동하고 있는거야.

- 으응~ 그래 알겠어! 그럼 내가 오빠를 잘 도와줘야겠네.

- 맞아, 

- 근데~ 전에 내가 우리 오빠 이야기를 유치원에서 했더니 친구들이 좀 웃었어.

- 그래 그때는 좀 속상했겠네… 그래서 은서가 오빠 이야기를 먼저 할 필요는 없는 거야.

- 응 알았어. 근데 학교에서 누가 오빠를 놀리거나 하면 내가 혼내줄 거야!

- 하하하 그래 멋지다.

- 근데~ 3학년 정도까진 내가 혼낼 수 있는데 4학년이나 5학년 오빠들은 내가 못하니까 아빠가 도와줘.

- 그래 알았어.


장애 형제를 가진 자녀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장애 자녀 부모의 커다란 숙제입니다. 저에게 아들이 최고의 자랑인 것을 딸이 이해해 주길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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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봄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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