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설 아침 거울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내가 나를 보는데 나 아닌 아버지였다
나이 들수록 나도 모르게 닮아 버린
이순의 또 다른 내가
아버지로 와 있었다
울다가 잃어버리고 웃다가 잊어버리면서
아버지의 흔적을 다 지우지 못한 채
해묵은 세월로 돌아와 서성이는
내 안의 나를 부르며
많은 길을 지나왔다
내 밖의 나를 부르며
흙먼지로 떠돌았을 아버지처럼
비로소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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