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개구리와 함께 가야 할 평택
2023년 국가생물종목록 개구리목 기준 14종 중 12종이 평택에 서식지 두고 있어
멸종위기 1급 ‘수원청개구리’, 경기만 일대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 평택에 자리 잡아

“평택은 개구리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생태계를 통해 바라보는 평택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개구리로 자리를 잡았다. 혹 주변에서 우리 고장의 자연을 대표할 수 있는 동식물, 혹은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을 뜻하는 깃대종을 물어보면 주저함 없이 “평택은 개구리입니다”라고 대답한다.
평평할 ‘평(平)’에 못 ‘택(澤)’자를 쓰는 평택은 글자의 뜻 그대로 들의 고장이자 물의 고장이다. 우리 고장의 자연생태계를 구성하는 동·식물 중 물과 뭍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으며, 자연생태계 전반에 관한 관심과 중요성, 훼손된 자연을 복원시킬 상징적인 동·식물 중 개구리만 한 것이 없다.
청개구리, 참개구리, 두꺼비, 옴개구리, 무당개구리, 한국산개구리, 큰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맹꽁이,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황소개구리에 이르기까지 2023년 국가생물종목록 개구리목 기준 14종 중에서 물두꺼비와 노랑배청개구리를 뺀 12종이 평택에 서식지를 두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에 속한 3종 모두 평택에 넉넉한 서식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멸종위기 1급인 수원청개구리의 경우 경기만 일대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1. 양서류 중 유일한 멸종위기Ⅰ급, 수원청개구리
▲ 논 안쪽으로 들어와 벼포기를 잡고 구애하는 수원청개구리(2012.6.10 신대리)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인하여 개체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법으로 지정하여 보호·관리하는 법정보호종으로,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과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나누어 지정 관리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이다.
2. 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개구리
▲ 배다리생태공원에 넘쳐나는 우리나라 고유종 금개구리(2024.6.12 배다리실개천)
한국 고유종으로 논, 농수로, 물웅덩이, 저수지 수초 등의 저지대 습지에 서식하며, 최근 저지대 개발에 따라 서식지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 4월이면 동면에서 깨어나 5월부터 7월까지 번식하고, 10월이면 주변 흙을 파고들어 동면한다. 배다리 저수지와 실개천, 함양지에 이르기까지 큰 규모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맹꽁이와 함께 멸종위기Ⅱ급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3. 도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맹꽁이
▲ 큰 소리로 구애의 소리를 보내고 있는 맹꽁이 수컷(2013.6.18 덕동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양서류 3총사 중 우리의 주거환경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종이 바로 ‘맹꽁이’이다. 저지대 습지가 발달한 평택 전역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웅덩이가 있는 야산 혹은 경작지 주변의 땅속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다가 여름 장마의 시작과 함께 물웅덩이에 모여 번식에 들어간다.
4. 전래동화의 단골 개구리, 두꺼비
▲ 아직도 많은 사람이 친근감을 갖고 있는 두꺼비(2013.8.5 무봉산)
베풀어준 은혜에 보답하는 두꺼비 이야기를 담은 ‘은혜 갚은 두꺼비’, 깨어진 항아리 구멍을 막아준 ‘콩쥐팥쥐전’의 두꺼비 등 어린 시절 누구나 친근감을 가졌던 두꺼비가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야생생물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도로와 택지개발 등 계속 늘어나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는 결국 생태계의 균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5. 개구리의 대명사, 참개구리
▲ 평택 전역에서 청개구리와 함께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참개구리(2014.5.22 덕동산)
동·식물 명명의 내부 준거 중에서 ‘성질’과 ‘상태’에 관한 속성의 묘사는 중요한데, 우리말 동·식물 이름에서는 본래의 모양을 유지하거나 좋은 품종일 때는 ‘참’자를 붙여서 구별하는 편이다. 참꽃, 참새, 참나무, 참개구리 등은 무리의 대표성을 띠거나 먹을 수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참개구리는 평택 전역에서 안정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6. 수원청개구리보다 지위가 높은 청개구리
▲ 전래동화와는 달리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지닌 청개구리(2013.5.28 신대리)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함께 논에서 세대를 이어갔지만, 경쟁에서 밀린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쪽으로 밀려 여러 천적에게 노출됨에 따라 위기에 처했고, 청개구리는 평택 전역의 논 주변에서 번식지를 형성하여 참개구리와 함께 아직은 나름의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전래동화와는 달리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7. 우리나라 고유종 한국산개구리
▲ 아무르산개구리에서 이름이 바뀐 우리나라 고유종 한국산개구리(2019.6.13 덕목제)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와 함께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큰산개구리나 계곡산개구리에 비해 낮은 저지대의 논이나 하천 주변에 서식하며, 윗입술을 따라 드러나는 흰색의 입술 선이 특징이다. 아무르산개구리로 알려져 오다가 2006년 학명의 변경과 함께 한국산개구리로 개명되었으며, 평택 전역에 널리 분포해 개체수가 많은 편이나 서식지 개발 등으로 이 또한 감소하는 추세다.
8. 산간 계곡에 번식하는 계곡산개구리
▲ 깊은 계곡에서 점성이 있는 알을 낳는 계곡산개구리(2013.3.24 서운산)
물두꺼비, 노랑배청개구리의 서식이 평택에서 확인되지 않은 것처럼 흐름이 있는 깊은 계곡을 선호하는 계곡산개구리 또한 관찰이 쉽지 않다. 나무뿌리나 바위 등에 알을 붙여서 산란하는데 알덩어리는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어 흐르는 계곡물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군집다양성 연구를 통해 계곡산개구리는 기온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이 알려졌다.
9. 북방산개구리에서 명칭이 바뀐 큰산개구리
▲ 북방산개구리에서 이름이 바뀐 큰산개구리(2012.5.8 고성산)
큰산개구리는 19세기 러시아 과학자들이 최초 발견해 ‘북방산개구리’로 불렸으나 최근 한국에 서식하는 종류는 러시아산과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돼 큰산개구리로 명칭이 바뀌었다. 북방산개구리는 북한에 서식하고 있으며, 큰산개구리는 청개구리, 계곡산개구리와 함께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산란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 생태계 폭군 황소개구리
▲ 생태계교란종이지만 평택의 개구리 중 하나가 된 황소개구리(2014.5.9 덕목제)
많은 사람이 ‘황소개구리’ 하면 외래종이면서 생태계교란종이라 입을 모으지만, 엄밀히 표현하면 황소개구리 또한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개구리의 한 종이 되었다. 1970년대에 식용으로 수입하였다가 야생으로 빠져나와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렸지만, 육식어류와 백로류 등 토종 생태계의 반격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상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