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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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 현안을 내게 적용한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생태적 삶은 매사 절제하는 생활방식에 있다. 크게는 의식주에 관한 절용(節用)과 검약(儉約)을 말함이요, 작게는 이른바 ‘아나바다’의 구체적 실천을 가리킨다. 전자는 개인적 소신이자 지론이어서 일단 유보하더라도 후자는 오래전에 범사회적 시민운동으로 확산한 적이 있었는데, 대한민국이 OECD에 가입한 뒤 국민소득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이제는 과거의 희미한 추억으로 남고 말았다. 비록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실시간 원조를 받는 처지에서 이제는 당당히 남의 나라를 돕는 위상에까지 올라선 자긍심을 고려하여 결코 가난했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키울 때나 그들이 독립한 지금이나 변함없이 줄곧 주위 시선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뿐더러 시류를 따라 한때 유행하는 풍조에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근검절약의 정신을 살리고 가능한 한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을 생태적 삶의 덕목으로 삼아왔다.


필자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생태적 의식주에 관한 생각은 이렇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의복은 늘 청결하고 최대한 품위를 유지하되 변화무쌍한 사계절의 필요와 용도에 따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시적이나마 자랑하거나 사치하고 싶은 마음에 채 낡지 않은 옷을 놔두고 유행이 지났다고 하여 폐기 처분한 기억은 없다. 어느덧 내 나이도 고희에 가까워지면서 지난날을 되짚어보면 어차피 유행이란 대략 5년 단위로 돌고 도는 양상을 띠더라는 경험칙이다. 게다가 우리 내외의 식탁은 퍽 단출한 편으로 두어 끼니 먹는 양마저 소식에 가까운 데다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제철 과일을 즐겨 들 뿐만 아니라 동식물이 지닌 고유한 맛을 각종 식품 첨가물에 의해 미처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아서다. 올해로 26년째 거주하는 아파트 역시 분양받을 당시 모습 그대로다. 크기를 늘린 서재에 긴 책상을 들이고 붙박이 책꽂이를 설치한 일밖에는 장롱을 비롯한 다른 가구도 여태껏 바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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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륵사 관광단지의 인조 물레방아

 

평소 삶의 양태가 이러하니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권유는 적어도 우리 가정에서는 별반 새로울 게 없다. 원래 하던 대로 입고 먹으며 자면서 생활해 나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지병처럼 비염을 달고 사는 형편인 데다가 환절기에 치를 냉방병이 무서워 에어컨 없이 살며, 물 부족국가의 첨병이 되기 위해 수돗물과 탄소 중립에 앞장선다는 각오로 전기를 극도로 아껴 쓰고, 무심코 버리는 종이 한 장도 숲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수거함에 집어넣어 재활용을 돕는 일은 기본이다. 그러니 겨울철도 아닌데 자동차 공회전을 일삼는 이들을 보면 나는 솔직히 당신들이야말로 ‘공공의 적’이라는 구호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공회전의 폐해를 들여다보면 대기오염은 물론 온난화를 부추겨 생태계를 파괴하고 소음으로 인한 난청 유발에, 도주하는 도둑에게 열쇠를 맡긴 격이 되어 속수무책 벌어지는 일들을 이따금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왜들 원윳값 인상에는 그토록 민감하면서도 오래 정차한 상태에서 마냥 시동을 걸어놓고 있는지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자손 대대로 물려가며 사용해야 할 인류 최대의 유산이다. 지난 3년간 혹독하게 치른(아직도 안심하기에 이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자들 간에 다소 이견은 있을 수 있겠으나 관련 연구자들 다수는 각종 오염원에 의해 형편없이 망가진 지구의 생태환경을 주목하지 않는가? 날이 갈수록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 내지는 무분별한 난개발이 그 주요인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거니와 밝혀진 연구결과만 놓고 보아도 21세기 첨단사회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실로 엄중하다. 그렇다면 견디기 힘든 지구환경을 어떻게 하면 생태적 환경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나부터 실천 가능한 항목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는 데 달려있다. 혹자는 이미 지구촌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오염되어 개선될 여지조차 거의 없다고 비관적으로 잘라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시시각각 다가올 미래세대를 대비한 생태적 삶의 차원을 넘어 긴박한 생존의 문제이기에 절대 체념할 수도, 지레 포기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범지구적 생태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지 않은 가운데 일개인의 행복한 생태적 삶은 보장될 수 없다. 과연 우리 인류에게 이보다 더 다급한 현안이 있는지 심사숙고하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때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2호)에는 ‘이태원에서 서울역으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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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생태적 삶을 위한 역제안”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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