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꿀벌 집단폐사 막으려면 꽃꿀과 꽃가루 등 꿀벌 위한 넉넉한 먹거리 준비할 수 있어야

개화 시기 다양한 쉬나무, 헛개나무, 광나무, 이나무, 아왜나무, 피나무 집중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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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누에와 함께 인류가 오래전부터 길러온 곤충 중에 꿀벌이 있다. 실제 5,0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꿀벌 사육과 관련된 꿀항아리가 발견되었고, 한반도의 경우 2,000여 년 전 고구려 시대부터 토종 꿀벌의 사육을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꿀벌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와 함께 집단으로 실종되는 사례가 속속들이 나타나며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 2월 20일, KBS ‘뉴스 더하기’에서 올해도 꿀벌 ‘집단 실종’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겨울에는 78억 마리가 넘는 꿀벌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고, 이번 겨울에는 전국 양봉 농가의 82%가 피해를 봤다”라며 꿀벌군집 붕괴현상과 그 원인을 설명한 이후 4월 25일, 한겨레신문을 통해 한국양봉협회는 “4월 현재 협회 소속 농가의 벌통 153만7,270개 중 61.4%인 94만4,000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으며, 벌통 하나에 1만5,000~2만 마리의 벌이 사는 만큼, 최소 141억6,000만 마리가 넘는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라고 꿀벌의 떼죽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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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에서 개화 중인 말냉이의 꽃꿀과 함께 꽃가루받이를 돕는 양봉꿀벌(2020.3.18)

 

그리고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앞두고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를 통해 “꿀벌이 집단폐사 하는 현상을 막으려면 벌을 위한 꽃밭과 밀원수 숲을 서울시 면적의 5배 규모인 30만ha(3,000㎢) 정도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최근 들어 그린피스는 미래의 아이들이 자라는 곳에서 우리 꿀벌을 위한 꽃도 함께 자란다면, 우리 꿀벌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어린아이들에겐 미래를, 꿀벌에겐 꽃을”이란 슬로건으로 꿀벌을 살리는 초등학교 꽃밭 조성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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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꽃꿀을 찾은 양봉꿀벌과 배추흰나비(2020.7.1)

 

◆ 꿀벌군집 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200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벌통이 텅텅 비는 일이 벌어졌다.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라면 벌통을 중심으로 주변에 사체가 쌓여야 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CCD(군집붕괴현상, Colony Collapse Disorder)라 명하고 그 원인 분석에 나섰다.


꿀벌은 왜 사라지는 것일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이미 많은 학자가 꿀벌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었던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가 함유된 농약에 꿀벌이 중독됐고, 이것이 들어있는 먹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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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그린피스

 

꿀벌 개체수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이다. 같은 곤충에 속한 동물일지라도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 나비에 비해 꿀벌은 스스로 서식지를 옮기지 못해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보며, 이는 농약 사용이나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에 기인한 것과는 다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꿀벌군집 붕괴현상은 면밀한 조사에서도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여러 잠정적 원인이 제시되고 있는데, 꿀벌응애와 같은 기생해충과 농약 등의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 전염병, 이상기상 현상 등이 꿀벌이 소멸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꿀벌응애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꿀벌이나 꿀벌 유충에 기생해 체액을 빨아먹으며 병원성 바이러스를 옮기는 기생 해충으로 “꿀벌응애가 옮기는 각종 바이러스는 급성마비와 기형날개 등을 유발해 CCD를 일으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라고 전문가는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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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짙은 향기로 많은 꿀벌을 불러들이는 밀원식물, 쥐똥나무꽃(2013.6.12)

 

◆ 꿀벌 집단폐사를 막으려면


독립적인 국제환경단체로, 환경파괴의 경각심을 알리고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그린피스는 벌이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꽃과 꽃가루를 통해 꿀벌의 생산을 돕는 밀원식물의 부족을 꼽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밀원면적은 47.8만ha에서 14.6만ha로, 1970~1980년대 대비 약 70%가 감소했다. 제주도 면적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꿀밭면적이 사라진 셈으로 꿀벌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2022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대표 밀원수인 아까시나무의 분포면적은 지난 1980년대에는 32만㏊였으나 2000년대 12만㏊, 2010년 3만6,000㏊, 2016년에는 2만6,500㏊로 급감했다. 아까시나무는 번식력이 강해 묘지와 숲을 망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벌꿀의 70%를 이곳에서 채취하고 있지만, 제거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아까시나무의 분포면적 감소는 꿀벌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응애, 바이러스 등이 찾아와 집단 실종사태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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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는 양봉농가 벌통 주변의 꿀벌(2008.3.16)

 

꿀벌 집단폐사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꽃꿀과 꽃가루 등 꿀벌을 위한 넉넉한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꿀벌이 대량으로 실종되는 원인 중 하나로 밀원숲의 감소를 꼽는 만큼 꿀 생산량은 많고, 개화 시기가 다양한 나무들로 꿀밭숲을 집중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루당 꿀 생산량이 아까시나무보다 무려 36배나 많은 쉬나무, 8배 많은 헛개나무, 이밖에도 광나무, 이나무, 아왜나무, 꽝꽝나무, 피나무 등은 모두 아까시나무보다 고효율 밀원수이면서 개화 시기를 달리할 수 있어 벌이 꿀을 딸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꿀벌을 위한 꽃밭을 염두에 둔다면 분홍바늘꽃, 페튜니아, 멜람포디움, 버들마편초, 백일홍, 천일홍, 봉선화, 매리골드, 풍접초 등 늦은 봄이나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긴 개화기간을 지니고 있어 화단을 가꾸며 즐기는 사람이나 꽃을 찾아다니는 꿀벌 모두에게 가성비 최고인 화초로 적합할 것이다. 꿀벌을 넘어 다양한 곤충의 먹이자원으로도 활용되는 밀원식물의 발굴은 인류의 미래는 물론이고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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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꿀벌을 살리는 밀원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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