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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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겸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평택항 제4부두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고 있는 60명의 비정규직 용역노동자 가운데 야드 트레일러와 리치 스티커 등의 중장비를 운전하는 열 명의 노동자가 지난 6월 1일에 거리로 쫓겨났다. 기존 용역업체가 교체되면서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신규 용역업체와의 고용계약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해고된 노동자 가운데에는 노동조합 지부장을 비롯하여 노동조합 핵심 간부들도 포함돼 있어 노동조합 탄압 의혹마저 일으키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관계조정법’에서 엄하게 처벌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일 수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모두 평택항의 컨테이너 화물 물동량이 40만 TEU(티이유, 609.6㎝의 표준 컨테이너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세계적으로 컨테이너와 관련된 모든 통계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음.)를 넘는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던 ‘숨은 영웅’들이다. 그중에는 10년이 넘도록 터미널 초창기부터 장비 운전과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며 현재의 면모를 갖추도록 애써온 ‘최고참 노동자’도 있다. 누군가에는 용역업체의 이익을 위해 손쉽게 써놓는 ‘계약 해지’라는 네 글자가 어떤 이에게는 생명줄인 밥줄을 끊어놓은 살인 행위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평택항은 최저 입찰로 도급 사업을 수주하는 용역업체에 소속돼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시급을 책정하는 낮은 임금 체계와, 화물 출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운영되는 차량과 선박 운항에 따라 들쑥날쑥한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직률이 높은 사업장이었다.


2019년 민주노조의 설립으로 차근차근 근로조건의 개선이 이루어졌고 용역사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한 곳이다. 그동안 용역업체 변경이 있었지만, 고용승계는 특별한 문제 없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원청사에 의해 도급사로 선정된 용역업체에서 60여 명의 트레일러와 장비 기사 등의 인원을 줄이겠다며 10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인력을 감축해 이윤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고된 10명의 노동자 이외에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렇게 사람을 일회용품 취급하고 안전보다는 이윤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업체를 바꿔내겠다며 모두가 출근을 거부한 채, 해고된 동료들과 함께 6월 20일 현재 20일째 천막 농성 중이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 평택항에서 일어났던 고 이선호 님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고 이선호 님과 고인의 아버지인 이재훈 님은 용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였다. 원청과 하청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가 혼재된 현장에서 일관된 안전 관리와 작업 체계도 없이 진행되었기에 벌어진 산재사망사고였다. 평택컨테이너터미널도 마찬가지이다.


원청사인 평택컨테이너터미널 주식회사는 최대 주주인 한진을 비롯해 장금상선, 경기도, 평택시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공공기관인 경기도와 평택시가 이곳 운영사의 주식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실적에 따른 이익 배당금을 받고 있다. 국가 항만 시설인 평택항의 안전과 시민들의 일자리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기도와 평택시가 나서서 원청에 직접 고용을 요구해야 한다. 최소한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고용승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고 이선호 님의 죽음에 대한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일일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을 비롯한 원청 사업주들이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는 현실부터 지금 당장 개선해야 한다. 이번에 용역사 교체로 10명의 해고자가 발생한 평택 컨테이너터미널만 보더라도 위험한 장비가 즐비하지만, 정작 장비 운용은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위험한 업무를 외주한 것이다. 원청은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줄이려 혈안이고 용역업체는 어떻게 해서든 제일 낮은 가격으로라도 계약을 해서 조금이나마 이윤을 확보하고자 발버둥 치는 현실 아래 죽어 나가는 것은 노동자일 뿐이다. 특히 업무 계획이나 변경 그리고 지시 등도 원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파견이다. 경기도와 평택시,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국가항만 시설인 평택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는 일회용품으로 취급받지 않도록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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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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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

나도 비슷한일 경험해봤지만
한진이 제일문제인듯
지들은 파견업체 최저임금으로 이하로 부려먹고
내 휴식시간도 내 휴가도 빼앗아가며 한진직원은 급여는 내 3배나 받아가지...
세상 나쁜놈들!!!! 전 당해봐서 압니다
한진이라는 대기업의 탈을쓰고 하청업체 죽이는 놈들이란걸.....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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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https://ironhr-man.tistory.com/m/26

어느회사든 꼼수로 이득만을 취하려고만 하는데
정작 노동자는 법을 몰라서. 또는 이제까지 그래왔으니. 등등의 사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있는 경우가 허다하죠
답답한 현실입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직접고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개항때부터일하신분들을 어떻게 저렇게...
힘내시고 힘내십시오

댓글댓글 (1)
김현지

김현지   >   위에 URL복사내용은 직접고용관련해서 찾아보다 혹시도움되실까해서 올려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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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칼럼] 평택항 용역노동자는 일회용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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