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배다리습지, 흰뺨검둥오리 중심으로 겨울새인 쇠오리와 청둥오리가 4월까지 머물러

지자체가 멸종위기종 서식 및 보전 무관심… 큰부리큰기러기 모니터링 계속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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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기후변화가 속도를 냄에 따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이상기류가 확산일로에 있다. 겨울새 흰뺨검둥오리와 여름새인 백로 및 왜가리가 계절이 바뀜에도 번식지와 월동지를 구별치 않아 우리 고장 전역에서 텃새화 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고, 도심지에 있는 통복천과 배다리생태공원에서도 여름새인 물총새와 밀화부리 그리고 후투티가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의 다반사가 되었다.


◆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발견된 동박새


지난 2월 27일, 오목눈이를 중심으로 박새와 직박구리가 한창 단맛을 내는 수액을 먹기 위해 배다리생태공원의 실개천 옆 복자기나무를 찾고 있을 때 주변 대왕참나무 위쪽 먼 곳에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새 한 마리를 짐작하고는 서둘러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사진과 함께 혹시나 하여 동영상도 함께 담았다. 그리고 집에서 화면이 큰 모니터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남부지방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동박새임을 알고 매우 놀랐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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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뺨검둥오리와 함께 배다리습지에 머물고 있는 큰부리큰기러기 가족(2023.4.22)

 

경기 남부에 소재한 평택에서 동박새가 관찰되었다는 소문이 이미 돌기는 했지만 도심에 있는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노란색 멱에 흰색의 배, 특별히 흰색의 눈 테가 선명한 동박새를 만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모니터 화면에서 바쁘게 얼굴을 돌리는 동박새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기쁨과 설렘도 있었지만, 동박새마저 경기 남부지역인 평택에서 만날 수 있음에 안타까움을 넘어 이제까지 없었던 일을 눈앞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쉽게 마음으로 와닿지 않았다. ‘살아있는 보석’ 동박새가 우리나라 남해안과 도서 지역이 아닌 평택까지 마실을 나오게 된 것이다.


동박새는 동백나무 꽃을 수정시키는 새로 알려진 만큼 서식지도 동백나무가 생육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동백나무는 남해 지역의 해안을 비롯하여 서쪽으로는 인천, 동쪽으로는 울릉도 지역에까지 분포하는 나무이지만 공원이나 정원에서 수목의 열매 등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경기 북부인 포천의 광릉숲은 물론이고 번식까지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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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배다리 실개천 주변에서 서식이 처음 확인된 동박새(2023.2.27)

 

◆ 이상기류가 발견된 배다리의 큰부리큰기러기


계절에 따라 번식지와 월동지를 정기적으로 오가면서 살아가는 우리 고장의 철새들에게 눈에 띌 정도의 큼직한 변화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1년 내내 한 지역에서만 살아가는 텃새로의 방향을 틀고 있으며,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종들마저도 한두 개체가 아니라 큰 무리 전체가 번식지와 월동지를 한 곳에서 보내려 하고 있다. 배다리습지의 경우 텃새화 된 흰뺨검둥오리를 중심으로 겨울새인 쇠오리와 청둥오리가 4월까지 머물고 있으며, 여름새인 쇠물닭은 상당수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 후 번식까지 마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감지되었던 일이지만 배다리습지를 대표하고 있는 큰부리큰기러기에게까지 작은 듯하지만 절대 작지 않은 일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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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여름철새, 쇠물닭(2023.1.29)

 

한반도를 떠나지 않는 계절 잊은 ‘기러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기사화되어 널리 알려졌던 일이지만 이 일이 작년부터 배다리습지를 찾는 큰부리큰기러기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목이 크고 길며 부리도 고니의 부리보다 더 가늘고 긴 큰부리큰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배다리생태공원을 찾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16년 2월 하순쯤엔 200여 정도의 기러기가 조류 탐조대 위쪽에서 휴식과 먹이활동을 시작한 이래 평균적으로 3월 15일을 전후해 번식지인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작년에는 3월 28일에야 마지막 무리가 배다리습지를 떠났고, 올해는 가족 단위의 5마리가 아직도 배다리를 떠나지 못한 채 월동지에서 머무르고 있다.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혹 다치기라도 해서 전체가 돌아가지 못했다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작년에 이어 겨울새인 큰부리큰기러기의 귀향 본능에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우리 고장 생태계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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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타이가 지역으로 귀향하지 않고 배다리습지에 남은 큰부리큰기러기 가족(2023.4.16)

 

◆ 동박새와 큰부리큰기러기의 불확실한 미래


동박새는 2010년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에 의해 기후변화가 한반도 생물종 분포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와 예측을 목적으로 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 중 하나로 지정됐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동박새를 살펴보면 한국 기후변화와 생태계 현황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 지역에 흔히 번식하는 텃새로 충청북도 보은군과 괴산군, 경상북도 상주시와 속리산 그리고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번식이 확인됐다고는 해도 기후변화에 민감한 동박새의 특성상 기후 위기로 서식 환경이 변하면 종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텃새가 그러할진대 계절에 따라 이동성이 뚜렷한 큰부리큰기러기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특히 2016년을 전후해 그렇게도 많은 기러기 특히 큰부리큰기러기가 다녀가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후폭풍에 적잖은 몸살을 앓고 있지만, 기후변화를 넘어 멸종위기종의 서식과 보전과 관련된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대처에는 할 말을 잊게 될 뿐이다. 배다리습지를 찾는 큰부리큰기러기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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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적인 먹이활동으로 배다리에서 월동 중인 여름철새, 후투티(2022.1.4)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홈페이지에는 철새를 지켜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생태계 변화의 대표적인 지표종으로서 조류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환경을 지켜나가는데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거듭 강조하여 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자연 생태계 전반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고, 그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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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귀향을 잊은 배다리의 큰부리큰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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