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배다리생태공원, 매화나무·산수유·살구나무·왕벚나무·산벚나무·꽃사과나무까지 꽃잔치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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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하루하루가 달리 서둘러 꽃을 피우는 풀꽃·나무꽃을 보면서 전쟁에 비유하는 것이 다소 지나침이 있지만, 식물 전체에서 ‘꽃’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도 소중하기에 개화기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식물 간의 경쟁과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받이해야 하는 꽃과 곤충 간의 상충된 이해를 헤아릴 수 있다면 가히 전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꽃과 곤충


대원사에서 발간된 ‘식물의 살아남기’의 내용 중 “곤충과 꽃은 종족 번식을 위해 헤어질 수 없는 공존 관계이다. 곤충은 식물의 꿀을 섭취하여 생존하는 대신 꽃은 곤충을 통한 꽃가루받이로 종족을 보존한다. 꽃이 곤충을, 곤충이 꽃을 이용하며 상호관계를 지속, 편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있다”라고 하며 공진화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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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 풍부한 꽃가루로 곤충을 부르는 찔레꽃(2014.5.11)

 

‘꽃과 곤충’이라고 하면 쉽게 ‘꽃가루받이’ 혹은 ‘공생’과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꽃과 곤충’을 쓴 다나카 하지메의 글을 보면 “이는 우리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한 이미지일 뿐 꽃과 곤충 사이에는 애초에 그런 계약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꽃은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피어나고, 곤충은 또 곤충대로 그저 주린 배를 채우고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이꽃 저꽃을 찾아다닐 뿐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더사이언스플러스’의 ‘식물은 수분 매개체에 얼마나 의존할까’ 기사 내용을 보면 모든 대륙의 143과에서 1,174개 대표 식물 종의 40년에 걸친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정보를 종합했을 때, 식물 종의 82%가 곤충에 의해 수분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분 매개자가 없으면 꽃 피는 식물의 1/2(17만 5천 종)은 생산량이 8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든 식물이 곤충을 통해 꽃가루받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의존도는 절대적이라 단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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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산수유와 함께 봄의 전령사 매화나무의 흰색 꽃(2020.3.20)

 

◆ 차례를 지켜 꽃을 내는 배다리생태공원의 수목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봄의 전령사로 나선 매화나무와 산수유로부터 시작한 봄꽃나무들이 살구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를 거쳐 콩배나무와 박태기나무, 꽃사과나무에까지 바쁘디바쁜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기나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배다리마을숲과 산책로를 따라 가장 먼저 꽃을 내는 나무는 매화나무이다. 3월 1일, 한두 송이의 꽃을 내기 시작한 매화는 3월 5일에는 꽃향기와 함께 주변의 곤충 특히 양봉꿀벌과 재래꿀벌을 불러들였고, 그 뒤를 이어 회양목과 산수유가 노란색 꽃으로 꽃과 곤충 릴레이를 이어갔으며, 바닥 풀밭에는 큰개불알풀을 중심으로 냉이와 광대나물 등의 잡초들이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중전달 매체를 통해 전해진 봄꽃은 넓게는 매화로부터 시작하여 개나리와 벚꽃을 거쳐 철쭉으로 마감된다고 알려졌지만, 배다리마을숲과 산책로 주변에서 관찰된 자료를 정리해 보면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기간일지라도 개화 시기의 차이가 분명하게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장미과의 벚나무속일지라도 살구나무의 꽃이 왕벚나무보다 이르고, 왕벚나무는 산벚나무보다, 산벚나무는 콩배나무보다 개화 시기가 빠름을 관찰된 조사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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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벚나무보다 늦게 꽃을 내는 콩배나무(2014.4.19)

 

배다리생태공원에서 개화 시기를 주제로 관찰일지를 쓰고 정리하면서 알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이 있다면, 개화 시기는 주변 요인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지만, 꽃을 내는 나무마다의 개화 차례는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2년 3월 15일, 매화나무의 꽃으로부터 시작하여 4월 12일, 콩배나무의 꽃에 이르기까지 큰 틀에서 매화나무> 살구나무> 자엽자두> 왕벚나무> 산벚나무> 콩배나무의 순으로 꽃이 피었는데 2023년은 3월 5일, 꽃잎을 연 매화나무로부터 시작하여 4월 2일, 콩배나무의 꽃에 이르기까지 개화 일자가 열흘 정도 앞당겨졌을 뿐이지 실제로 꽃을 내는 순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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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개천을 중심으로 붉은 분홍색으로 치장한 박태기나무 (2023.4.8)

 

◆ 초여름을 기다리는 흰꽃 나무들


초봄 날씨가 사라지고, 올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로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망을 대폭 확대한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3월 평균 최고기온 또한 16.5℃로 역대 가장 높았으며, 특히 3월 초에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7~9℃ 높아 4월 하순의 기온을 나타냄에 따라 부산, 대전, 서울과 함께 우리고장의 배다리생태공원 또한 작년보다 봄꽃나무들의 개화 시기가 일주일 이상 앞당겨지게 되었다. 4월 들어 3월 초와는 달리 기온이 떨어짐에 따라 봄꽃나무의 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기후변화의 여파로 인하여 전반적인 기온은 높아지고 있고, 강수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배다리생태공원에서는 팥배나무로부터 이팝나무, 노린재나무, 산딸기, 아까시나무, 찔레꽃, 산딸나무, 쥐똥나무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흰꽃 나무들이 늦봄부터 초여름을 이어갔다. 많은 사람이 초여름에는 흰색의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렇다. 국립수목원은 흰 꽃은 다른 색의 꽃보다 색소에는 적은 자원을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꿀이나 꽃가루, 향기와 같은 다른 보상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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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벚나무보다 늦게 잎과 꽃이 함께 나오는 산벚나무(2019.4.16)

 

다른 보상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실제 아까시나무의 넉넉한 꿀과 찔레꽃의 풍부한 꽃가루, 쥐똥나무의 짙은 향기와 같은 전략만을 보더라도 흰꽃은 꽃가루 매개자에게 줄 대체 선물을 나름대로 준비해두었음을 알 수 있다. 꽃색보다는 곤충이 선호하는 보상에 크게 관심을 둔 전략이 관계를 중시하는 생태계에서 통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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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하루가 다른 봄꽃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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