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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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백범이 견지한 정치적 이념과 사상들의 핵심은 자유였다. 그는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나라는 완전한 자유로움을 구가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는 정치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부 당파나 특정 계급의 철학을 무기로 다수를 강제함이 없이 사랑의 덕과 법적 질서가 우주 자연의 법칙과 같이 준수되는 나라를 건설하자는 갈망이었다. 그는 독선과 아집을 배격한 절제와 질서만이 독재를 막을 수 있다고 보았다.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변증법이나 유물론은 조선의 사문난적(斯文亂賊)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단정한 것이다. 백범은 자기 하나밖에 모르는 독불장군식의 전제주의가 아닌 모두가 하나되는 조화와 균형을 꿈꾸었다. 젊은 시절 잔혹한 고문을 받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어떤 사안을 막론하고 균형 잡힌 시각과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는 겨레의 선각자답게 방종의 한계가 보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 공동체였다. 전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통치에 가감 없이 반영하려면 자유의사에 의한 투표와 부득이한 경우 다수결의 결과가 존중받는 사회여야 한다고 사려한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합의된 절차를 따르는 법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신앙과 철학의 부재를 극복하고, 일부 빗나간 국민성까지도 문화와 교육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자립에 기초한 독립사상을 중시한 이유다. 하느님이 묻는 내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로지 대한독립이라고 대답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의 문화를 건설해야 하고 그런 민족이라야 많은 사람들을 성인(聖人)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름다운 나라는 부력(富力)도 아니고 군사력도 아닌 높은 문화의 힘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의 땅을 침범하기를 원치 않노라고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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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덕신도시로 진입하는 길목

 

김구가 보기에는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이나 경제력이 아니었다. 자연과학의 힘은 강할수록 좋은 것 같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류가 불행한 이유는 인의(仁義)와 사랑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즉 선의의 마음만 잘 계발하면 현재의 물질로도 전 세계인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으므로 사해동포는 정신을 배양하여 문화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우리나라는 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어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범이 가리킨 문화의 힘은 모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주성을 가진 창조적 문화에 있었다. 진정한 세계 평화의 도래야말로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늘어나야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서로 화합하는 가운데 신뢰를 쌓아야 하며, 그걸 담보하는 행위가 교육의 꽃을 심는 자유라고 보았다. 남달리 인후지덕(仁厚之德)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앞날을 맘껏 축복하며 젊은 학도들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줄곧 문화대국을 이뤄 문화력으로 세계를 정복하고자 소원하였다.


백범 선생은 통일조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삼천만동포에게 읍고함’을 통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현시점에서 나의 유일한 염원은 3천만 동포와 손목잡고 통일된 조국, 독립된 조국의 건설을 위하여 공동 분투하는 것뿐이다. 이 육신을 조국이 수요(需要)한다면 당장에라도 제단에 바치겠다.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상 구차한 안일을 위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할 수 없다.” 그는 남북에 각각 두 개의 정부를 수립하면, 결국 남북이 분단되고 동족상잔의 내전이 일어날 것을 염려했던 참이다. 이어 미완의 거인 김구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의 서울은 오직 우리의 서울이라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철학을 찾고, 세우고, 주장해야 한다. 이것을 깨닫는 날이 우리 동포가 진실로 독립정신을 가지는 날이요, 참으로 독립하는 날이다. ‘나의 소원’은 이러한 동기, 이러한 의미에서 실었다. 다시 말하면 내가 품은, 내가 믿는 우리 민족철학의 대강령을 적어본 것이다. 그러므로 동포 여러분은 이 한 편을 주의하여 읽어주셔서, 저마다의 민족철학을 찾아 세우는 데 참고를 삼고 자극을 삼아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66호)에는 ‘학위과정을 마친 소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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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미완의 거인을 기리며 ‘문화강국을 꿈꾼 거인’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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