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2-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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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늘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토요일인지라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다소 붐비는 편. 다행히 심하게 밀리지는 않아 여유롭게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자동차 안에서 대기하다가 간단한 요기와 볼일을 마친 뒤 ’원효대사깨달음체험관‘에 입장. 학술대회가 갖는 비중에 걸맞게 상당히 북적였다. 물론 코로나 사태의 엄중함에 따라 방역수칙은 지키려고 애썼으나 예상을 웃도는 참가자들로 인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식전 행사에서 선보인 우아한 춤사위를 뒤로하고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네 분의 발제가 진중하게 이어졌다. 그런데 오늘 학술대회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건 지정 토론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풍성한 문답들이 오갔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자못 집요했을뿐더러 비록 자체 내 중간 평가라고는 하더라도 대내외에 널리 알려진 여느 학술대회 못지않을 만큼 알차게 진행된 점에 대해서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듯하다. 특별히 멀리 강원도 속초에서 달려와 종합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열렬 참여자가 있었는데 워낙 학문의 깊이가 돋보여 뭇 시선을 끌었다는 점을 밝힌다. 아울러 오랫동안 대회 준비와 뒷받침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손길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날카로운 질문들과 깊이 있는 탐구에 대한 진심 어린 치하와 치열한 질정이 있었고, 아직 시원한 해답은 얻지 못한 지점에 관해서는 후속 연구물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하기로 다짐한 일도 묵직한 소득이다. 참고로 질의에 나선 지정 토론자가 일부에 집중된 현상을 감안해 개별 사안에 따른 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중 유의미한 문답을 골라보면, 안성천과 진위천까지 소금뱃길이 있었다는 점에서 당은포를 평택항 근처로 비정(比定)하는 근거는? 세기의 장사꾼 오페르트가 평택항에 출몰했다는 설과 1980년대 평택제철 무산에 대한 견해는? 큰스님들과 학구열은 정비례하는가? 열반경, 유마경, 금강경, 라마다경 등 불경들의 차이점은? 전반부를 망실한 왕오천축국전에 쓰인 어휘들과 혜초의 바닷길을 논구한 치적에 비추어 진위행궁의 행방을 연구할 의향은? 원형 설화의 구조 탐색에 관한 의미 부여는? 석조비로나자불의 출현과 교학적 해석을 연계한 불교 작품들이 보이는 인생무상의 주제의식은? 길에 대한 상징적 의미 설정과 문화와 경관독해의 개념을 특정한 의도는? 서양의 형태이론과 장소이론의 상하위 관계는? 지역사회의 이면을 해부하고 가감 없는 실태 파악을 위한 특단의 해법은 없는가? 원효길 조성의 발상 전환과 옛길을 재현하려는 필요충분조건은? 명목뿐인 평택섶길의 현실적인 활성화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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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은포는 유라시아의 길목으로서 문명사적으로 어떤 문화를 수용하고 전파했으며, 그 유적들과 유물들은 있는가? 당나라는 탈라스(Talas)전투에서 진 뒤 <육상실크로드>가 막힌 것을 동아시아의 비약이라고 했는데 논리적인 연결고리는? 소무덤과 아까운 내 인생 되돌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나? 현각스님이 혜민을 향해 ‘도둑놈, 지옥으로 가는 기생’이라고 한 비난은 어찌 보며, 한국 불교계에 대한 생각은? 명성과 진실이 부딪칠 때 원효의 가르침은? 다수의 한국인들은 자기만 생각하는 개인들인데 역사를 공부하면 시민의식이 고취되는가? 사유지에 속한 돌미륵입상이 문화유산의 가치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오도성지와 대진포구에 대한 명확한 정황들을 적시하면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상권이 해인사판 고려대장경 속에 명확히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돈황 막고굴에서 처음 빛을 본 게 아니었다는 사실과 일본 종교학자 오타니 고즈이가 신라인 혜초의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물론 대부분의 질의와 응답은 논문 안에 녹아있었다.


  그밖에 원효의 해골물에 얽힌 역사적 사실 여부 등 미처 제기하지 못한 질문거리도 여럿 있거니와 차마 입을 떼지 못한 사항도 다수 있었음을 상기해 둔다. 다시금 모두(冒頭)를 소환하면, 정해진 순서를 기다리면서 체험관 내부를 둘러보니 원효스님의 일대기를 정갈하게 정리해 놓았다. 막간을 이용해 다녀온 화장실의 민낯도 그만하면 합격점. 그윽한 차를 마시는 동안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나눈 눈인사는 가벼웠으나 저녁 잔치 자리를 메운 화제들은 평소 흘러넘치는 나의 관심사만큼이나 퍽 흥미롭고 다채로웠다. 모쪼록 평택 불교사암연합회에서 주관한 첫 학술대회 토론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앞으로 더욱 뜻깊은 연중행사로 발전해 나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2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10호)에는 “원효길과 괴태곶에 묻힌 기억들 - 원효를 둘러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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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큰스님들이 걸었던 옛길” 학술토론을 환기함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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