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왼발에 끼워진 붓, 세상을 그리고 희망을 그립니다"



■ 장애를 넘어선 임인석 구족화가의 꿈과 희망

“제 인생관은 저축하듯 노력하며, 어렵고 괴로운 일이 생겨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노력한 결실을 꼭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닌, 인생의 저축을 삶의 의지로 삼는 것입니다. 결실을 본다는 것은 이자로 생각하고 생명이 끝날 때까지 노력의 저축은 꾸준히 할 것입니다.”

기자가 찾은 임인석(42세) 구족화가(선천적, 후천적으로 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입이나 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말한다)의 작은 방 안에는 캔버스, 물감, 붓, 팔레트 등 화구로 가득했다. 한쪽 벽에는 대형 모니터가 딸린 데스크톱 컴퓨터가 설치돼 있었다. 임 화백의 눈높이에 맞게 캔버스와 모니터 등은 전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양 발로 키보드를 뚝딱거리자 '말을 하기 어려워 이걸로 대신 합니다. 반갑습니다.'란 글자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성공은 진행형'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목표를 세우고 함께 노력하면서 한 발씩 앞으로 나갈 때 많은 꿈들은 이뤄질 것이다. 내 가슴은 지금도 뜨겁게 뛰고 있다." 탁 탁 탁! 임 화백의 양 발은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의 희망과 꿈이 방안에 가득했다.

한국장애인미술협회 회원이며 세계구족회화협회 정회원인 임 화백은 생후 8개월에 놀래 고열과 경기를 일으켜 열 내리는 주사를 맞고 쇼크에 따른 뇌성마비로 양 팔과 몸을 정상적으로 쓰기 어려운 지체장애 1급, 언어 3급의 중증 장애인이다. 이로 인해 임 화가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큰 사랑 안에서 4살 때부터 왼발가락으로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쓰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가 결코 그의 꿈과 희망을 꺾을 수 없음을 보여줬다.

임 화백 아버지 임갑선 씨는 "4, 5세 때 혼자 왼발로 연필을 잡고 그림 그리는 걸 본 뒤 그림도구를 사줬다. 집에 놀러 온 이웃과 지인들이 임 화가의 그림을 보고 '좋다, 한 점만 달라'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 임 화백은 국내에 6명밖에 없는 세계구족회화협회 정회원이다. 3년마다 전문 화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정회원을 선발할 정도로 세계구족회화협회 정회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리움과 희망 그리고 긴 기다림

그동안 임화백은 ▶ '96. 제1회 임인석전 (울갤러리, 수원) ▶ '05. 제2회 임인석전 (국민은행 송탄지점) ▶ '06. 제3회 임인석전 (캐논갤러리, 부산) ▶ '06. 제4회 임인석전(나카야마갤러리, 동경 긴자) ▶ '07. MBC와 함께하는 부산 뷰티풀 첼린지 ▶ '10. 2010한국국제드로잉대전 소통 교감 상상력전(예술의전당) 4일간 ▶ '10. 족필화가 임인석 개인부스전 ACAF 2010 한국미술의 빛 Asia Contemporary Art(예술의전당) ▶ '10. 제2회 중국 창춘 한국미술축제 장춘갤러리 개인부스 전 ▶'11. 제5회 임인석전 - 시와 그리고 삶과 나 (평택호 예술관) 등 수많은 개인전 및 국내외 개인 부스전을 가져왔다.
 
중증 장애로 인해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임 화가는 처음에 우편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18살에 이르러서 방문교사를 두고 정식으로 그림에 입문하게 된다. 임 화백은 “그림에 입문하면서 회화의 응집력과 에너지를 익혔고, 자연스러움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후 임 화백은 안양 ‘소해미술관’에서 첫 전시회인 3인 전을 갖게 되며, 더 나아가 ‘연필 인물 드로잉 아카데미’란 곳에 가입해 파스텔과 색연필을 이용한 정밀 묘사와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배우게 된다.

이렇듯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왼발에 끼워진 붓, 세상을 그리고 희망을 그립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왼발에 끼워진 붓을 통해 희망과 꿈, 그리고 지금도 뜨겁게 뛰고 있는 임화백의 가슴을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오롯이 나누고 있었다.

■ 한국장애인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임 화백은 그림뿐 아니라 시도 써 1991년 11월부터 한국장애인 문인협회 회원으로 창작활동을 해 오고 있다. 그의 시는 장애인문예지 '솟대문학'에 1993년과 1995년 2회나 실리기도 했다.

<힘내요 힘>

임인석 시

힘들다 어렵다 하시는 분들
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
모두 그대로 놓아두시고
인생의 하나로 꾸준히 함으로
쌓여지는 꿈과 희망을 갖으세요

새순이 거대한 나무가 되기까지
묵묵히 안에서 키워나가듯
잘려지는 아픔이 있어도 우리에겐
헛되지 않는 비료가 되어준다 란 믿음으로
아름답고 탐스런 열매를 해마다 거두시길
바랍니다

힘과 희망 잃지 말길 빕니다

■ 임인석 구족화가 인터뷰

지난 3일(토) 오후 평택시 독곡동의 임인석 화백의 자택 겸 작업실을 찾았다. 기자를 반갑게 맞는 그의 미소는 해맑은 아이의 미소와 닮아 있었다. 임인석 구족화가의 삶의 이야기가 평택시의 장애우들과 전국의 많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제 우리도 200만 장애인들과 하나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 그들을 사랑과 격려로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 구족화가와 시인으로 입문하신 계기는.

구족화가와 시 및 글은 자아성찰과 자아성취로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재되어가는 열정과 갈등, 그리고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장애의 힘겨운 사투들을 풀어내며 성찰과 성취를 해 오는 계기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 많은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저의 작품들을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솔직하거나 내면과 외면의 풍경들을 사실적이나 우화적으로 다양한 접근표현에서 재미를 느끼게 해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작품세계에는 3인이 있습니다. 표현하는 자와 바라보는 자, 그리고 그 둘을 보는 자로 표현해 가면서 성찰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장애의 불편을 딛고 족필로 하는 그림 작업이 녹록치 않습니다만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있기에 창작에 몰두할 수 있어 큰 힘이 됩니다.

-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장애인으론 협조자의 불협화음과 사회적인 미성숙에서 어려움이 있고 장애인 작가로는 사회적 편견이 어려운 점입니다.

- 힘든 처지에 있는 장애우 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 장애인들에게 '성공은 진행형'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최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일과 상상을 나눌 수 있다면 장애를 다른 차원에서 넘어설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삶은 고통스러워도 삶을 밝히는 것은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슬픔도 절망도 새로운 도전일 뿐입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최근 해외 전시로는 지난해 10월 23일~28일까지 두바이 국립미술관에서 외교통상부 두바이한국총영사관, 두바이 문화부가 주최한 '한-두바이 한국문화주간행사 기념 한국현대미술초대전'에서 “2011사랑과 평화의 미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국내 전시 일정은 지난 2월 20일부터 2주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아파트 분양 사무실 3층 갤러리에서 구족회화협회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 활동과 전시회를 통해  여러 작품들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 자치신문독자들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러 일들을 공유함으로 불을 밝히는 바르고 선한 사회구현에 동참하며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장애인들의 희망이 되고 싶으며, 특정일에 쏟아지는 반짝 관심이 아닌 장애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진심어린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서태호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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