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별을 알리는 말을 들었다
단지 한 계절이 가고
꽃이 피었다 졌을 뿐,
 
그대가 서 있던 청보리밭은
연서戀書를 실어 나르는 물결처럼
하늘에 닿을 듯이 일렁이는데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별을 알리는 말을 들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몇 곡의 노래가 감각 없이 지나갔을 뿐,
 
그대가 떠나가던 날
나는 그대가 서 있던 보리밭 둔덕에서
보릿대들이 까칠하게 쑤셔대는 아픔에도

그대가 주는 사랑인양 외면하지도 않는데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별을 알리는 말을 들었다
그대 때문에 단단하게 멍이 들어가는
깜부기 같은 사랑이 피고 졌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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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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