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시가 있는 풍경.jpg
 
박미자 시인
 
 
글자들이 위로 올라간다
점점 흐릿한 벌레들이 굼실되고
순식간에 수백 마리가 몰려든다
어쩌다 이 많은 벌레들을 키우게 되었을까
슬금슬금 몸이 가려워지고
불면의 밤은 또 이렇게
서서히 슬픔을 몰고 온다
 
한 장도 넘기지 못하게 하는 벌레들의 방해에
한 때 눈병이라 의심한 적도 있었다
책갈피를 누르고 눈을 부릅뜬다
기하학 무늬의 검은 문자들이
뿌연 패턴으로 박제되어가고
복구되지 않은 눈알은
알 수 없는 의구심만 뻘겋게 더듬으며
눅눅해진 페이지들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이내 꿈틀거리며 달겨드는 글자들을 붙들곤
난시의 오류를 채찍질하고 있다.
 
 
■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한맥문학동인, 시원문학동인으로 활동. 현재 해군어린이집 원장. 시집으로는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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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글자들이 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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