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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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원고는 지난 10월 공동체비전고등학교 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특강한 내용입니다. 교명에서 보듯이 기독교 대안학교여서 신앙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의 깊은 양해를 바랍니다.>
 
  흔히들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수의 3다를 들먹이곤 합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고[다독, 多讀], 많이 쓰고[다작, 多作], 많이 생각하라[다상량, 多商量]는 가르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부단히 단련해야 합니다. 참을성을 갖고 노력해야 인간다워지고 인간다운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치입니다. 무슨 일이든 우선순위가 중요합니다.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경중과 완급을 조절하는 게 판단력입니다. 올바른 가치관 위에 옹골찬 인생관이 정립되고, 기울지 않는 역사관 위에 강건한 세계관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무기력한 인간상은 인간답지 못한 거울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런 뜻에서 시련은 기회입니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어내는 줄 알라는 게 성경의 일갈입니다. 그런즉 공부의 요체는 집중과 반복입니다. 인내를 갖고 집중해서 반복하면 지식은 무르익게 돼있습니다. 끝까지 견디는 힘이 없이 이루어낼 수 있는 가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마디로 텍스트를 제대로 골라 거듭해서 읽으면 절로 문리(文理)는 통한다는 원리입니다. 어떤 이는 글 잘 쓰는 처방으로 잘 된 글을 여러 번 읽으라고 권장합니다. 아울러 인상적인 첫 문장과 멋진 끝 문장을 만들어 두라고 권장합니다. 대입 논술 전형의 실상을 들춰보면 해답은 빤합니다. 맨 먼저 분량을 맞추고 조건을 지킨 답지부터 추려낸 다음 첫 단락과 마지막 단락의 충실도로써 우수작을 선정하는 관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한 수사법을 구사하는 건 고명에 해당합니다. 전체적으로 논리를 갖추는 일은 정교한 구조물을 지탱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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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촌음(15분 정도)을 아껴 익히고 배우는 게 마땅합니다. 그러기에 궂은일일수록 선뜻 자청하는 용기는 필수입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힘을 보태는 일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합니다. 그 으뜸은 체험입니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여행을 떠나 견문을 넓히고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구촌에 널린 일을 죄다 직접 경험할 수는 없기에 간접 경험을 통해 남의 자산을 빌려 쓰자는 겁니다. 이른 아침 신선한 신문을 읽고 자기 전 묵히면 묵힐수록 발효되는 일기를 쓰는 일이 유용한 이유입니다. 매일 의무적으로 쓰는 일기가 어렵다면 이따금 묵직한 주제 일기를 써보라고 적극 권면합니다. 학업에 매진하는 일도 글의 소재를 얻는 지름길입니다. 틈날 때마다 독서에 정진하고 독후감을 남기는 일이야말로 글쓰기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아동문학가 고 이오덕 선생님은 부르짖었습니다. 사랑의 온기를 품을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그 바탕 위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불을 보듯 자명합니다. 후자는 마치 레시피도 없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겠다는 사람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값싸고 싱싱한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시장바닥을 샅샅이 훑고 다니라는 주문입니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손발이 게을러 얻어지는 소득이란 없습니다. 성경에서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는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고 질타하신 예수님의 뜻을 깊이 헤아리셔야 합니다. 주님께서 분명히 게으름을 악으로 규정하신 터입니다. 반면에 작은 일에 충성한 자에게는 착한 종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일생을 결산할 때 어느 쪽의 평가를 받을지는 온전히 각자의 몫입니다. 세상을 마감한 날 끝내 무익한 종으로 내쫓겨 이를 갈며 슬피 울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메모가 중요합니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때그때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급속히 잊어버립니다. 까먹은 것들을 찾아 헤매지 않으려면 시간 관리와 그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건강관리가 관건입니다. 제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병석에 누워 지낸다면 그는 환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제아무리 잘났어도 24시간 멈추지 않고 뛰던 심장이 멎으면 곧바로 흙으로 돌아갑니다. 지상에서 가장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말입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오묘한 재료인 흙으로 인간을 정성껏 빚으시고 생령을 불어넣으셨기에 드디어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된 것입니다. 창조주의 목적은 적실(的實)합니다. 저마다 달란트를 주셨고 소명을 부여하셨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창조 법칙이고 질서이고 섭리입니다. 조정래 소설가는 최선에 대해 일컫기를 자신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때 쓰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저마다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고전을 챙겨 읽고 그걸 밑천 삼아 쓸 만한 글을 써보라는 책무가 주어진 참입니다.
 
■ 프로필
 
 <월간에세이>를 거쳐 <한맥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본보에 6년째 ‘세상사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신앙산문집 <주님과 동행한 오솔길>, <생각만큼 보이는 세상>을 펴냄.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johash, 이메일: johash@hanmail.net)
 
※ 다음호(356호)에는 조하식 수필가의 ‘인문 고전 읽기와 글쓰기’ 최종회가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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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인문 고전 읽기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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