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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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자 시인
 
 
내 몸 한 구석을 더듬어본다
아버지의 겨드랑이를 끼고 건너온
밥상 위 구멍 뚫린 상추
여기 오기 전까지 누구에겐가
서슴없이 내준 틈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구멍과 닮아있다
속없이 내줄 줄만 알았지
메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내 가슴 속 구멍의 울림통을 들었는지
보상이라도 하듯 늙은 정성이 묵묵하다
계절의 문전마다
아버지의 구멍은 늘 그렇게
시들지 않은 한 잎씩 내어주느라
겨드랑이 땀을 적시고 있었구나
아버지가 솎아온 한소쿠리의 텃밭
식탁에서의 오찬은 달디 달고
상추의 싱싱한 틈이 나를 치유케 한다.
 
 
■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한맥문학동인, 시원문학동인으로 활동. 현재 해군어린이집 원장. 시집으로는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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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아버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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