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문상을 끝내고 상가에서
밥을 맛있게 먹는다
상가에서 먹는 한 그릇의 밥
이승과 저승의 거리만큼
따뜻하고 맛있다
저승길 나서기 전 몸을 비우듯
갖은 양념 다 털어 넣고
조물조물 버무렸을 망자의 마지막 밥상
그런 밥상을 문상객들은 찾아와
성찬처럼 맛있게 먹는다
이승에서 보내는 망자에 대한
경건한 식객이 되어 먹는 밥맛이
혀끝에서 오장육부까지 휘돌아
한 생애를 타고 낭창낭창 건너간다
상가에서 먹는 밥이
참, 맜있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